원격수업 장기화 부작용 / 컴퓨터·스마트폰 사용 급증한 아이들 / 두통·어깨 통증에 ‘거북목’ 등 우려 / 50분 공부·10분 휴식 ‘5010’ 지켜야 / ‘엄마개학’에 번아웃 / 공부습관 실종된 아이들에게 잔소리 / 산만한 저학년들 학습·과제물 챙기고 / “하루 세끼 뭘 먹이나” 식사 고민까지 / 교사도 강의 준비에 부담 / 원격수업 교사들 매시간 ‘공개 수업’ / “실력없는 교사 낙인 찍힐라” 부담감 / 출석·숙제 체크에 종일 콜센터 모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이 지난달 9일 중학교와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어느덧 한 달여가 흘렀다. 서울 이태원 클럽의 집단 감염으로 애초 지난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차례로 등교시키려던 교육 당국의 계획은 일단 일주일씩 뒤로 밀렸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1학기 등교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쁜 자세에 따른 건강 이상, 공부 습관 실종, 일상생활 패턴 붕괴 등 ‘온라인개학 후유증’을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일인 지난달 9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이예지 양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학생은 VDT 증후군 우려
중학교 3학년인 A군은 최근 갑작스러운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오전에 컴퓨터로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온라인개학 후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먹은 것을 토하기도 하고, 학원에 갔다가 강의를 다 듣지 못하고 귀가하는 경우도 생겼다. 진통제도 효과가 없었고, 병원에서 뇌 CT(컴퓨터 단층촬영)와 뇌혈류 검사도 해봤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워킹맘’인 A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평소 휴대전화를 붙들고 사는 건 아니었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정도였다”며 “온라인개학으로 컴퓨터와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급증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며 온라인 카페에 걱정을 털어놓았다.
온라인수업의 대표적인 부작용 가능성으로는 VDT 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이 꼽힌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영상 기기를 오랫동안 사용해 생기는 안구건조증, 거북목, 어깨·목·손목 통증 등을 의미한다. 거북 목은 잘못된 자세로 C자형의 정상 목뼈가 일자(1) 또는 역C자(⊃) 형으로 변형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거북목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환자는 지난해 11만6900여명으로 2018년(10만8600여명)에 비해 7% 넘게 늘었다. 이는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것인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이런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15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이정표 JP신경외과 통증클리닉 원장은 최근 이 협회의 유튜브 채널 ‘KMA TV’의 ‘온라인수업 건강 지키기’ 편에 출연해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 모니터 쪽으로 목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생기면서 일자 허리나 일자목, 거북목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경추는 쉽게 변형이 올 수 있어 통증, 두통, 소화불량 등 문제점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진 건양의대 교수는 “최근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눈의 깜빡임이 줄어들고 가까운 물체를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쳐다봄으로써 눈의 초점을 맺는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VDT 증후군을 예방하고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50분간 공부했다면 10분 정도 쉬어주는 ‘5010 법칙’을 추천했다.
◆부모는 스트레스 호소
전업주부 B씨는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식사 메뉴 고민이 크다. 온종일 집에 있는 아이를 위해 매일 세 끼를 차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 등으로 가볍게 준비하고,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해결되니 저녁만 조금 신경 써서 차려주면 됐다. 외식하자니 코로나19가 걱정이고, 배달을 시키자니 아이 건강이 우려된다. 그는 ”온종일 밥만 차리다 하루가 끝난다”며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의 수업을 돕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이게 뭐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며 호출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자동 업데이트나 광고 알림 같은 게 올 때마다 가서 해결해 줘야 한다. 아무 때나 책상 앞을 떠나 물 마신다며 거실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적당히 제지해야 한다. 숙제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일이다. 그는 “아이가 개학했는데 꼭 내가 개학한 학생 같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어 “나는 전업주부라 그나마 아이를 챙길 수 있지만 워킹맘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일 끝나고 챙겨야 할 텐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아들에게는 “스마트폰 그만해”라고 잔소리를 하는 일이 많아졌고, 종종 다투기도 한다. 아이는 컴퓨터로 온라인 출석만 체크하면 곧장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해 잘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이 걱정될 정도다. 책상 앞에 앉을 때도 엎드려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거나 턱을 괴는 경우가 많아 바른 자세로 앉으라고 얘기하는 것도 지친다. 성장기 때 몸에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아이는 “알아서 하겠다”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가 실제로 공부에 쓰는 시간은 오전 오후 다 합쳐도 한 시간도 채 안 되는데, 등교하게 되면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쓸 줄 모르면 안 되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 어느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고 통제도 안 된다”며 “전에는 사용 시간을 대체로 엄격하게 제한했는데 온라인개학을 하고 나서는 사실상 무제한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 영풍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원격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교사는 강의 준비 부담
교사들도 온라인수업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학교는 평상시처럼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매시간 ‘공개수업’을 하는 것과 같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나 외부인에게 자신의 수업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실시간 수업이 아닌 경우 EBS 강의를 활용하기도 하고, 직접 강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도 하지만 학부모 등에게 수업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다른 교사와 비교되고 ‘실력 없는 교사’로 낙인찍힐까 두려움까지 생긴다. 중학교 교사 C씨는 “EBS 강사로 활동하는 교사의 온라인 수업을 한 번 봤는데 경험도 많고 장비도 좋아서 일반 교사들하고는 강의 질이 비교가 안 됐다”고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수업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고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모르는 교사의 경우 30분짜리 영상 하나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느끼는데, 젊은 교사 중에서도 일부는 모든 수업을 EBS 강의로 때우고 남는 시간에 학교 업무나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EBS 강의를 사용하다 자신의 교육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본인 강의로 전환한 경우도 있고, 사비를 들여 전문 장비를 갖추고 전문가처럼 강의를 올리는 교사도 나온다.
출석체크를 제때 하지 않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걱정이다. 출석하지 않거나 숙제를 빼먹은 학생이 있으면 전화를 해서 확인하다 보니 온종일 ‘콜센터’ 모드다. 숙제를 개인별로 피드백하는 데 드는 시간도 적지 않다. 답을 잘 못 이해해도 표정을 볼 수 없어 확인할 길이 없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또 연기될 가능성은 있지만 등교 상황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신경 쓰는 게 방역이다. 한 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그 학교만 휴교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학교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D씨는 “온라인 수업을 제작하고 오프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평가 계획과 수업계획, 방역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희원·이희진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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