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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노동행정 등 비리 끝까지 추적하니 이젠 ‘제보’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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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창간 8년 ‘뉴스민’ 천용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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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길 <뉴스민> 편집인이 재작년 민언련 올해의 좋은 보도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천용길 편집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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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진보 인터넷 매체 <뉴스민>(www.newsmin.co.kr)이 지난 1일 창간 8년을 맞았다. 출범 때 상근기자 둘에서 지금은 넷이다. 이 지역 진보 온라인 매체 중 ‘최대 취재 인력’이다. 후원자도 초기 50명에서 400명으로 늘었다. 기자 급여는 창간 첫해 50만원이었으나 조금씩 올라 지난해부턴 최저임금 수준으로 준다.

경북대 교지 <복현> 후배인 이상원 기자와 의기투합해 <뉴스민>을 만든 천용길(35) 편집인을 지난 15일 전화로 만났다. ‘창간 때 목표가 최대한 버티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현재 목표는 기자 공개채용”이라고 받았다. “기자 넷 모두 대학 동아리 선후배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시기가 지났다고 봐요. 지역의 언론 지망생을 공채로 뽑아 그들이 취재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월급을 주고 싶어요.” 덧붙였다. “기자를 한 명씩 늘릴 때마다 그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지금껏 버텨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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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 초기 화면.


창간 초기 <뉴스민>은 ‘대구·경북 인터넷 민중언론’을 표방했다. ‘보수의 본향’인 티케이 지역에서 노동자나 소수자 목소리를 전하는 일은 ‘블루오션’과 다름없다는 게 천 편집인 생각이었다. 그들만의 독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뉴스민>의 활약은 대구·경북은 물론 지역 바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4년 전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로 군민이 들고일어났을 때 <뉴스민>은 그 분노와 함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했다. 군청 앞 촛불 문화제를 400일간 페북으로 중계했다. 재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13개 시군을 찾아 지역 민심을 듣고 영상으로 전한 ‘지방선거 경북 민심번역기’ 프로젝트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그해 주는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지역 매체로는 첫 수상이었다. 창간 1년 뒤 터진 경북 청도 송전탑 반대 시위 때는 인터뷰 등 취재물을 단행본으로 엮기도 했다.

사드 취재에서 보인 뚝심과 끈기를 떠올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찾았어요. 그날 주민 4만이 안 되는 군에서 5천명이 모였죠. 주민 차와 황 총리가 탄 차가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튿날 서울 언론에서 사드 반대 시위를 종북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 썼더군요. 이걸 보고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여기에 우리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자들을 다 성주로 불렀어요. 성주는 당시 시민 개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곳이었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했어요. 바로 휴대폰으로 문화제 생중계를 했는데 전국적 관심이 상당했죠.” 청도 송전탑 취재를 두고는 “대구와 거리가 멀어 언론 소외 지역이라는 점과, 지역에서도 목소리가 배제된 70대 여성이 시위를 주도한 점이 취재력을 모으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대구·경북 대표적 진보 온라인매체

경북대 교지 ‘복현’ 선후배가 창간

기자 넷으로 늘고 후원자도 400명


성주 사드반대 시위 400일 생중계

지방선거 경북 민심 탐사 프로젝트

지역매체 첫 민언련 ‘올해 좋은보도’


관청 취재의 어려움을 묻자 그는 “이제는 법원 판결문도 받아 본다. 경찰 쪽도 취재가 잘 된다”고 답했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 행정 기관의 비리를 지적하는 제보도 많아요. 우리가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해서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가장 어려운 것은 먹고사는 문제란다. 현재 운영 재원은 후원과 광고가 6대2 정도이고 나머지 2는 기자들이 방송출연이나 강연 뒤 받은 사례금 50%에서 해결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월 후원금은 5만원 이상 받지 않는다. 기사에 영향을 미치는 광고도 사절한다. “후원자로부터도 독립적인 보도를 위해 상한액을 정했어요. 겪어보니 노조나 시민단체가 조그만 비판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요.” <뉴스민>은 올해 초 <대구문화방송>과 함께, 한 시민단체의 회계부정을 짚는 기사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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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뉴스민> 정용태 객원기자, 이상원, 박중엽, 천용길, 김규현 기자. 천용길 편집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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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를 물었다. “재작년 현 권영진 대구 시장이 지방선거 출정식을 했어요. 이때 장애인 정책 협약 체결을 요구하기 위해 참석한 한 장애인 어머니와 권 후보가 부딪혀 넘어졌어요. 이걸 두고 권 후보 캠프에선 꼬리뼈 골절을 당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소리를 높였어요. 하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찍은 영상으로 전국 여론이 바뀌었어요. 장애인 어머니가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우리 영상으로 오해를 풀어 보람이 컸어요. 한 직능단체 간부의 갑질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피해자가 복직하게 된 것도요.”

<뉴스민>은 창간 초기 ‘민중 언론’을 표방했다. 지금은? “세 가지를 지향합니다. 대구·경북 지역의 권력 감시와,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독립 언론 그리고 진보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 언론이죠.” 이런 변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노동분규 현장을 찾아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물론 필요해요. 하지만 이런 노동 문제를 내버려두는 지방행정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주장을 기사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면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야 했죠.”

기자 넷은 두 달 전부터 각기 주제를 잡아 ‘코로나 19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편집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수그러들면 복기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메디(의료) 시티를 표방하며 자랑했던 대구시 방역 행정에서 채워야 할 점을 먼저 짚고,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장애인이나 집단시설 거주자 복지의 문제와 기본소득 등 지자체 단위의 사회적 안전망 문제 그리고 학생이나 파견직 학교 노동자 입장에서 본 문제점 등 넷으로 나눠 다루려고요.”

<뉴스민>의 재작년 ‘지방선거 경북 민심번역기’ 프로젝트는 ‘왜 경북 사람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만 찍어줄까’에 대한 답을 구하는 취재였다. 취재 뒤 뭘 알았을까? “지난 대선에서 성주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많이 찍은 것을 두고 진보 쪽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잖아요. 이 취재로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이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 갖는 오해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경북 주민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유한국당이 좋아서 찍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예 다른 정당 후보가 나오지 않는 곳도 많아요. 자유한국당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이유는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자유한국당 정치인들과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유도 있고 또 자유한국당 사람들과 서사를 공유한다는 점 그리고 80년대엔 일자리를 얻고 안정되게 가정을 꾸렸는데 민주화 이후 특히 디제이 노무현 시대에 일자리가 불안정해졌다는 점 등이 주요한 이유로 꼽혔죠.”

내침 김에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봐야하는지도 물었다. “대구·경북 20대와 30대 중 박정희 향수로 미래통합당을 찍는 사람은 드물어요. 저만 해도 가능하면 진보정당을 찍으려 하지만 어떤 때는 미래통합당이나 민주당을 찍기도 해요.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에서) 여당이 진 데는 민주당 실력 부족이 컸다고 봅니다. 또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중심으로 투표하다 보니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인터뷰를 끝내며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를 묻자 그는 바로 정파성이라고 답했다. “좌든 우든 정파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코로나 19 문제로 여러 언론이 권영진 대구 시장을 비판했는데 왜곡 과장이 있었어요. 우리 매체도 왜 비판하지 않느냐는 화살을 받았어요. 이용수 할머니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파적인 접근으로는 진짜 바꿔야할 문제를 못 바꿉니다. 이용수 할머니 문제제기의 핵심은 일본과의 과거사를 어떻게 풀 것인데, 정파적인 보도로 이런 문제의식이 사라져버리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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