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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임기 끝나는 초선들의 솔직한 고백 “이것만은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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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쏟아낸 민주당 ‘수요오찬회’

한겨레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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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일 잘하라고 뽑아주는데 왜 국회에만 들어가면 싸움질일까?

국회법은 싸우지 말라고 개정됐는데 왜 ‘동물국회’로 전락했을까?

4년 전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국민은 궁금한, 그러나 국회에선 ‘음지에 있던’ 얘기를 대놓고 털어놨다. 19일 민주당 의원모임 ‘수요오찬회’가 ‘일하는 국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 자리였다. 이날은 이제 막 4년 임기를 마친 초선 의원들의 시선에서 국회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발제를 맡은 조응천 의원은 의원들이 일하라고 만든 법인 국회법과 국정감사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얼마나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지 지적했다. 그는 ‘단서조항’을 ‘주범’으로 꼽았다. 국회법 등이 이미 입법에 필요한 일정과 숙의 기간을 명시했는데도, ‘다만’ ‘불구하고’ 같은 단서조항을 핑계로 태업과 졸속 입법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국회법 127개 조항 중 ‘다만’이 14번, ‘불구하고’가 20번 나온다. 단서조항을 다 합치면 134개다. 도망갈 구멍 만들려고 집어넣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조 의원은 워낙 급하게 법사위에 법안이 올라오다 보니 다른 상임위 안건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사했던 경험을 말하며 “법을 모르고 법을 다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행정부 관료와 국회 사무처 전문위원들에게 놀아나는 꼴”이라고 ‘고백’했다.

지역구가 부산인 김해영 의원은 지역구 챙기기에 과도하게 시간을 쏟아야 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국회의원은 입법·국정감사·예산심의 등의 활동이 ‘주’이고 지역구 활동은 ‘부’가 돼야 하는데 ‘주’와 ‘부’가 바뀐 걸 많이 보게 된다”며 “국회 구성원 모두가 국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일삼는 이유로 ‘내 말만 맞다’라는 태도를 꼽았다. 그는 “사람이라 잘못 판단할 수도 있지만 잘못 주장했다는 걸 나중에 알아도 솔직하게 인정 안 하는데, 그게 의원으로서 가장 안 좋은 자세이고 국가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치는 자세”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의원들이 여론의 관심을 받는 현안만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표시는 안 나도 민생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를 놓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훈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4년간 활동했는데 산자위원 대부분이 ‘탈원전’ ‘재생에너지’ ‘전기요금’ 세가지밖에 모른다. 산자위엔 우리나라 먹고사는 문제가 다 들어 있는데 의원들 관심이 없으니 모두 공무원 손에 들어가 버린다. 공무원들은 보수적이고 관행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서 결국 해당 분야에서 진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여당 소속이라 차마 못 한 말이 많은데, 정부 정책에 허점이 많다. 공무원이 허위 보고를 하진 않지만, 숫자와 실제 현장이 다르다는 걸 알고 정책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선인 한정애 의원은 “상임위 간사들 관심사가 아니면 그냥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4년 내내 아무 논의도 안 한다. 법안은 ‘선입선출’(먼저 들어온 것을 먼저 처리함)로 심의하는 게 정말 맞다. 현재 국회는 원내교섭단체 합의로 굴러가는데, 상임위 중심주의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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