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코로나19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17% 줄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공동연구팀 ‘네이처 기후변화’ 논문

각국 감염확산 방지 위해 봉쇄 정책 때문

육상교통·전력·산업이 배출감소 86% 차지

봉쇄 해제돼도 연말까지 4∼7% 감소 전망

“1.5도 달성하려면 해마다 감축해야 할 양”


한겨레

코로나19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돼 서울 남대문 앞 거리가 한산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각국의 봉쇄 정책이 펼쳐지면서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17%까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봉쇄 해제 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원상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로 생긴 긍정적 변화를 지속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영국·미국·독일·프랑스·노르웨이·네덜란드·호주 등 7개국 국제공동연구팀은 국제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20일(현지시각)치에 게재한 논문에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안에 격리되고 국경이 봉쇄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어 올해 4월7일까지 세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7메가톤(Mt)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일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Mt이어서 백분율로는 17% 줄어든 것이다.

한겨레

코로나19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 4월말 현재 2006년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네이처 기후변화>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전력, 육상교통, 산업, 공공빌딩 및 상업시설, 주거시설, 항공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했다. 육상교통 부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6% 줄었는데, 전체 배출량 변화에서 가장 비중이 컸다. 산업부문은 19%, 전력부문은 7.4% 감소했다. 육상교통과 산업, 전력부문은 전체 배출량의 86%를 차지했다. 주거시설 부문은 오히려 배출량이 2.8% 증가했다.

연구팀은 각국이 봉쇄 정책을 해제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6주가 걸리면(6월 중순) 연말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4.2% 감소하고, 12주가 걸리면(7월말) 5.4%, 연말까지 가면 7.5%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치(각 -7.5%, -8%)와 일치한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코린 르 케레 환경과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1.5도를 달성하려 할 때 향후 10년 동안 해마다 감축해야 하는 양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5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올해 관측된 대부분의 변화가 경제, 교통, 에너지 시스템에서의 구조적인 변혁을 반영한 것이 아니어서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1.4% 줄었지만 다음 해에는 5.1%가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과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내년 전 세계와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5.8%, 3.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에이앤엠대의 이경선 박사(환경학)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전문가보고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경기가 회복하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코로나19가 기후변화 연구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곧 기상·기후학자들은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해 70만개의 온도·풍속·풍향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비행이 줄어들어 85∼90%의 자료 수집이 중단됐다. 또 여행 제한으로 해마다 진행하던 지상 자료 수집도 끊겼다. 일부 국가와 지방정부들은 기후변화적응 프로젝트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일부 정부가 경기침체를 회복하는 과정에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그린뉴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그나마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 연구팀도 보고타나 뉴욕, 파리, 베를린 등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무동력 이동(걷기와 자전거 등) 공간을 확보한 것은 그나마 변화를 영속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