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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유레카] 코로나19와 과학적 태도 / 구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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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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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초기 세계보건기구(WHO)는 증상이 없으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권고했다. 지난달 초 세계보건기구는 방침을 바꿔, 마스크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착용을 권고했다. 마스크를 꺼리던 미국·유럽국가들도 대규모 감염 이후 마스크 착용으로 돌아섰다. 보건정책 전문가가 ‘집단면역’을 주장하며 일상생활을 허용했던 영국은 막대한 희생을 치른 뒤 강력 봉쇄로 선회했다. 코로나19가 침방울만이 아니라 미세한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감염이 일어나는지는 국제 의학계에서 논쟁 중인 사안이다.

코로나19 지식의 특징은 불확실성과 가변성이다. 초기에 “근거가 없다”며 부인하던 현상도 사례들이 확립되면 바뀐다. 지난 1월 말 질병관리본부는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은 근거 없다”며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기반으로 브리핑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 초기 무증상 상태에서 전파력이 높다는 게 상식이다. 의학과 같은 과학적 지식은 근거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것이라고 여겨온 사람들에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권위있는 전문가 집단이 공개 천명한 사실을 얼마 뒤 스스로 번복하는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과학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하버드대 복잡계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은 모든 지식이 유효기간을 지닌, 가변적 지식이라고 본다. 변화 속도가 다를 뿐이다. 사람 손가락 개수나 지구상 대륙의 수처럼 현실에서 불변의 진실로 여겨지는 지식은 ‘저속 변화 지식’이다. 내일의 날씨와 주가처럼 수시로 달라지는 지식은 ‘고속 변화 지식’이다. 이 둘 사이에 ‘중속 변화 지식’ 또는 ‘가변적 지식’이 있다. 과학을 포함해 우리가 아는 정보 대부분이 가변적이고 잠정적인 지식이다.(아브스만 <지식의 반감기>)

코로나19는 연구와 정보가 부족한 상태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불확실한 정보를 다루는 방법은 확신을 버리고 가변적인 지식의 열린 수용이다. 명확한 지식도 새 발견에 의해 얼마든지 수정된다는 인식이 더 나은 앎으로 가는 길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그것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는 무지의 발견이 근대 과학혁명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한다. 과학적 접근은 무지를 인정하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어긋나는 지식을 적극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것을 코로나19가 알려준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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