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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80일 만에 등교한 고3 "마스크 벗은 애들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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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도 걱정이 됐는지 마스크를 벗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서 무거운 코로나 이야기보다는 소소한 잡담을 많이 했어요."

2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 만에 이날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처음 등교해 수업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등교할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하교하기 전부터 교문을 지키면서 방역 지도에 나섰습니다.

"나란히 가지 마", "떨어져서 걸어라"라고 외치며 학생들에게 '거리두기'를 계속 강조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학생들은 교사들의 쉴 새 없는 외침에도 삼삼오오 무리 지어 하교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신체접촉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복고 3학년 김동규(17) 군은 "급식 시간이 (이전과) 제일 달랐다. 원래 학년별로 밥을 먹었는데 오늘은 홀수 반과 짝수 반을 나눠서 밥을 먹었고, 칸막이도 설치돼 있었다"며 "교실에서는 책상 간 거리가 좀 멀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군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의식해서인지 쉬는 시간에도 마스크를 벗는 애들이 한 명도 없었고, 나가서 운동하지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충북도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을 넘는 경우 학급을 나눠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 한쪽은 교실 수업 화상 중계를 시청하는 '미러링 수업' 등을 했습니다.

일부 학교는 다음 주부터 1∼2학년이 등교하면 교실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미리 복도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분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했습니다.

한 교사는 "방역을 위해 교사와 학생이 질문, 대답을 하지 못하는 탓에 교사가 50분 내내 강의를 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습니다.

급식은 대부분 학교가 지정좌석제, 투명 칸막이 설치, 지그재그 배치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접촉을 차단했으며 평소 1시간이던 급식 시간도 2시간으로 늘려 학급별로 급식을 했습니다.

교사들은 휴식 시간에 학생들의 접촉을 차단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청주의 한 교사는 "휴식 시간에 교사들이 조를 짜서 학급 등을 돌며 학생들 간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으나 워낙 활동력이 왕성한 시기여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수업보다 쉬는 시간 학생지도가 더 어려웠다"고 호소했습니다.

하교에 앞서 교사들은 학생 간 이동 간격을 유지하고 PC방, 노래방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고 즉시 귀가하도록 지도했습니다.

경남 창원용호고등학교는 복도 한가운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우측통행을 지도했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쉬는 시간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 책상에 앉아 각자 시간을 보냈고, 삼삼오오 모이더라도 마스크는 벗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 다수가 복도에 모여서 접촉하지 않도록 가급적 반에 있으라고 지도했습니다.

급식은 학급별로 시간을 정한 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식사하도록 했습니다.

귀가 전 학생들은 자신의 책상에 소독제를 분사한 뒤 물티슈로 꼼꼼히 닦아 청결을 유지했습니다.

출구 동선을 달리해 두 학급씩 순서대로 학교를 나섰으며, 학교를 벗어나기 전 열 감지 카메라로 다시 한번 발열을 확인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교사가 반가워 학생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교사는 뒤로 주춤 물러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고 말하는 모습도 연출됐습니다.

강원 춘천시 사대부고에서는 오랜만에 등교한 고교 3학년생들이 6교시까지 수업을 들은 뒤 오후에 교문을 빠져나왔습니다.

학생들은 하굣길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고 혼자, 혹은 친구와 대화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등교 첫날 교실 모습은 평소와 다소 달랐습니다.

짝꿍 없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수업을 들었고, 쉬는 시간에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너무 붙어있지 말고 거리를 두도록 지시했습니다.

친구 얼굴 대신 등을 보며 식사해야 하는 점심시간도 학생들에게는 낯설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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