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판로 막힌 농가 위해 ‘DT’ 도입 / 접촉·쇼핑시간 줄어 잇단 완판 행진 / 양파·무 등 6개 품목 온라인 경매도 / 유통단계 줄어 제 값 받을 수 있고 / 소비자는 신선한 상품 사 ‘상부상조’ / 27일엔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 개시 / 양파 시범판매 후 7월 마늘로 확대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서서히 진행되던 농산물 유통 시장의 변화가 앞당겨졌다. 생산자들은 새로운 유통 모델을 찾으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토양을 다졌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감염병 사태가 농가에 시련을 준 동시에 유통혁신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과천 경마공원 바로마켓 드라이브 스루 판매장. aT 제공 |
◆농산물도 DT 구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DT)는 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위험을 줄이고, 쇼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에 따라 농축수산물 판매 현장에 드라이브 스루가 급속히 확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코로나 사태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달부터 경기 과천 경마공원에 위치한 ‘바로마켓’, 대전 유성구청 광장 ‘만원의 행복팜 꾸러미장터’, 전북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등에서 직거래 농산물 드라이브 스루 판매를 지원해 지금까지 2억원가량 매출을 거뒀다.
지자체 차원의 드라이브 스루 농산품 판매 지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최근까지 다섯 차례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 행사를 진행해 모두 완판했다. 15일 수산물 드라이브 스루 장터에서는 바지락, 풍천장어 등 수산물 6개 품목 900세트가 모두 판매돼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기도는 16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광장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를 진행하는 등 총 13차례 행사를 열어 약 14억원어치를 팔았다. 산림청도 지난달 말 대전시청 앞 공원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제철 산나물 마켓을 열어 ‘완판’했다.
경남도와 함안군이 지난 4일 경남도청 일대에서 진행한 농산물 드라이브 스루·특판전을 찾은 방문객들이 차에 탄 채 수박을 구매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급식이 중단돼 경영난을 겪던 친환경농산물 농가들도 새로운 판매 채널을 찾았다. 가정 내 소비가 많은 품목으로 ‘꾸러미’를 구성해 온라인에서 판매한 것이다.
농산물 온라인 판로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aT의 농산물 사이버거래소는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업체인 농업법인 흙살림과 함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지난달 초 온라인 쇼핑 업체인 쿠팡과 티몬을 통해 판매했다. 저장성이 낮은 시금치나 미나리 등 엽채류를 포함해 총 8종으로 구성된 3㎏짜리 꾸러미로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내놓아 1651개 꾸러미를 판매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초중고 학생 가정과 임신부가 있는 가정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제공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변질한 농산물이 배달돼 논란도 일었지만 이후부터는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경매도 비대면으로, 온라인 농산물 거래 본격 시작
농산물의 생명은 신선함이다. 따라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엔 농산물 품질이 표준화·규격화하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비대면 거래로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농산물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aT는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를 통해 지난해 5월부터 9개 품목에 대해 시범적으로 온라인경매를 한 결과 약 685t의 경매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산지에서 담은 생생한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해 양파, 깐마늘, 무 등 6개 품목의 상시 경매를 진행했다. 온라인경매를 통해 유통단계가 축소되면서 생산자는 농산물의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산지직송을 통해 보다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살 수 있다.
농식품부는 보다 큰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를 27일 개시한다. 우선 양파 한 품목만 시범적으로 1만5000t 이상 판매할 계획이며, 7월부터는 마늘을 추가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자는 무안, 합천, 신안 등 상위 15개 산지농협 대상이다. 농식품부는 이들 주요 산지농협에 대한 월별 공급목표를 설정했다. 구매자는 전국 공판장 중도매인(2200명) 및 하나로유통 등 자회사, 지역 중소 슈퍼체인, 식자재업체, 전처리업체 등 대량 수요처다. 거래 시 외상거래 한도 우대, 신용보증보험료 지원, 대금결제 자금 이자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개장한다. 지난 6∼12일 실사용자 모의거래가 실시됐으며 개선사항을 검토 반영해 보완작업을 거의 완료했다.
농식품부는 “비대면 유통채널을 통한 국산 농산물 소비를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만족도를 높여 지속 가능한 수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체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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