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내부감사 중 촬영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인 '나눔의 집' 내부 모습. 감사보고서는 생활시설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진=감사보고서 갈무리. |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 '나눔의 집'(경기 광주)이 할머니들이 거주하기 불편할 정도로 시설을 부실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70억원이 넘는 현금 자산을 보유하는 등 넘치는 자금에도 관리체계는 엉망이었던 셈이다.
나눔의 집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대표를 지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는 별개의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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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생활시설 정비 미비…"경영진 중징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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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지난 2월 나눔의 집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통장관리 미철저, 정리정돈 미비, 운영위원회 미개최,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생활 공간 및 거주하는 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생활하기 쉽지 않은 곳으로 판단된다"면서 "생활 공간에 각종 문서가 쌓여 있는 등 정리·정돈이 전혀 돼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장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금 잔액이 결산서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직원들이 미사용한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퇴직금 역시 설정하지 않고 결산서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사안이다.
보고서는 나눔의 집 운영 규정에 따라 1년에 4차례 개최해야할 운영위원회도 제대로 개최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경영진의 업무 태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감사는 최종적으로 지난해 예산결산서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나눔의 집 대표이사인 월주 스님 등 경영진과 직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권고했다.
나눔의 집 후원금 부정 사용 의혹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관계자는 "애초에 이 시설에는 체계가 미흡했다"면서 "감사가 아니라 누구나 10분만 방문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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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제대로 써달라" 직원들 의견 묵살 정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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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내부감사 중 촬영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인 '나눔의 집' 내부 모습. 감사보고서는 생활시설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사진=감사보고서 갈무리. |
나눔의 집 직원들은 이같은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번번이 경영진이 묵살해왔다고 주장한다. 할머니들을 제대로 보살피고 후원금을 할머니께 사용해달라는 요청을 비롯해, 김정숙 전 사무국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조사해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경영진 측은 이와 관련 "요구사항이 과도하다. 서로 증언이 엇갈리기에 증거가 있으면 직접 수사 당국에 고발하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상임이사인 성우 스님은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이같은 내용을 담아 답신했다.
직원들은 이를 경영진의 직무유기로 보고 있다. 시설 관리에 신경 쓰고 내부 비리를 단속해야 할 경영진이 행동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직원들은 시설 내의 문제점을 다수 지적하는 이 감사 보고서조차 경영진측에 기울어진 내용이 상당부분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고발자 관계자는 "내부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미흡한 운영 자체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사안을 직원들에게도 과도하게 전가해 징계를 권고하고 있다. 이의를 제기한 직원들을 침묵시키려는 행위"라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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