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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문 닫기도 힘들다"...로드숍은 지금 폐점 재고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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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경영난에 폐점을 결정한 화장품 로드숍 가맹점주들이 재고 처리 부담 '이중고'에 처했다. 로드숍 가맹본사가 재고 환불 100%를 거부하면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된 것.

손님들을 위한 '테스터 제품' 또한 반품이 불가해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폐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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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재고 청산 80~85%만 허용 vs 점주들, 재고 털기 '각자도생'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드숍 더페이스샵을 운영 중인 LG생활건강은 폐점 가맹점의 재고 처분을 85%만 허용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폐점 전 제품 1000만원어치를 매입했을 경우 본사로부터 총 85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폐점시 85% 환불 원칙'은 더페이스샵만의 사례가 아니다.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동일한 비율로 가맹점주에게 재고 환불을 해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리따움은 가맹점주가 3개월 전에 폐점 신고를 하지 못했을 경우 '재고 1000만원까지만 받아준다'며 금액을 못박는다.

가맹점주는 수백만원의 손해를 감내하며 문을 닫아야 한다.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하루에 7000원어치 파는 날도 비일비재 해서 폐점을 고민하고 있는데 재고 부담이 너무 크다"며 "문 앞에 '점포정리'를 써붙이고 손님들에게 50% 싸게 팔아서 재고를 떠는 점주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점주들은 가맹비가 10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본사 정책이 납득이 안 간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로드숍 운영 본사는 1개 매장을 차릴 때 1000만원, 2개 이상 매장을 차릴 때 각 500만원씩 가맹비를 받고 있다.

본사 측은 제품 운반비와 판촉비 등을 15%로 계산해 제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가맹계약서에 80~85% 수준으로 '청산납부'(폐점시 재고 환불) 해준다고 명시해놨고 현재 85%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본사는 가맹점에 돈을 받고 물건을 판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재고를 다 받아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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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컬렉션 매장 전경 [사진=LG생활건강] hrgu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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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이 온라인몰 테스트 매장인데"...길에 버리는 테스터만 500만원어치

가맹점주들은 테스터 재고 부담도 폐점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화장품 로드숍들은 제품 품목별로 테스터를 비치하고 있다. 이는 본사가 저가에 제공하는 샘플 제품이 아니며 판매 가능한 정품이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로드숍들은 테스터 재고 반품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상시에는 테스터 재고도 본사가 일부 받아준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전전월 순매출의 2%' 규모로 클레임(고객불만) 재고 또는 테스터 재고의 반품이 가능하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일정 수준 테스터 재고 반품을 용인한다.

사실 사용 흔적이 있는 테스터 제품을 본사에 되사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재고 규모가 크다는 데 있다. 테스터 재고를 금액으로 따지면 15평 미만일 경우 매입가(가맹점주가 본사에 지불한 가격) 기준 평균 500만원에 달했다. 15평 이상인 중대형 매장들은 테스터 재고를 수천만원대 수준으로 보유 중이다.

테스터 재고 폐기 처분 규정도 따로 없다. 점주들은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밖에 내놓는다고 말한다. 아리따움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아아라이너 같은 색조 화장품은 테스터가 잘 안 나오면 손님들이 답답해 하니까 금방금방 새 제품을 까놔야 한다"며 "기초 화장품은 단가도 쎄다보니 다 폐기 처분하기엔 참 아깝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오프라인 매출 악화는 본사의 온라인·H&B스토어 친화 정책이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폐점 수순을 밟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인터넷을 지향하면서 매장이 온라인을 위한 테스터 매장이 됐는데 이 테스터 비용까지 우리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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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샵 브랜드 가맹점 수 추이. 2020.05.20 hj030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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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는 쌓이고 매출은 줄고...로드숍 운영 4社 모두 회전율 감소세

가맹점 폐점으로 인한 반품 러시는 본사 재고자산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가맹본사는 본부와 로드숍 직영점이 실제 보유한 재고만 재고자산으로 공시한다. 폐업 점포수가 늘면서 본사에 유입되는 재고가 늘어날수록 재고자산도 증가하는 구조다.

2017년 사드 보복 전까지 호황기였던 로드숍은 무섭게 점포수가 줄었다. 대표적으로 2017년 1248개에 달하던 아리따움 매장은 2018년 말 1186개로 줄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는 약 950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2년 반 사이 200개 이상의 매장이 폐점을 선택한 셈이다.

재고자산 증가에는 매출액 감소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를 제외한 로드숍 운영 4사(社)는 모두 재고자산회전율이 2018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기업의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로드숍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은 13.1회에서 12.3회로, 네이처리퍼블릭은 13회에서 12.5회로, 미샤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5.5회에서 4.8회로, 더페이스샵은 8.7회에서 7.4회로 떨어졌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폐점을 희망하는 가맹점주는 올해도 많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겹쳐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제대로 돕지 못해 안타깝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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