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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비즈톡톡] 불티나게 팔렸던 공기청정기, 올해는 반토막 났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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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의뢰, 2월~5월 20일까지 공기청정기 판매량 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급감…"코로나로 공기 좋고 소비심리 위축 탓"
최근 5년간 10배 성장한 공기청정기 시장, 올해는 쉬어갈까

"보통 1분기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죠. 올해는 소비심리가 워낙 침체돼 있다 보니 타격이 컸습니다." (가전업체 관계자)

미세먼지가 일상화하면서 최근 5년 사이 수요가 크게 늘어났던 공기청정기 인기가 올해는 예년 같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통상적으로 황사·미세먼지가 집중되는 연초부터 늦은 봄까지 ‘공기청정기 성수기’로 분류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확산으로 소비자 니즈가 떨어졌다는 것인데요.

국내 공기 질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량이 줄고, 중국에서 공장 가동이 ‘스톱’ 되자 공기청정기를 사야 할 정도로 공기가 나쁘다는 인식이 덜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입니다. 공기청정기가 ‘사면 좋지만 안 사도 지장 없는’ 가전이라는 점도 코로나 기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선비즈

코로나에 직격탄 맞은 공기청정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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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에 의뢰해 국내에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2월 초부터 5월 20일까지 모든 브랜드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예년과 비교해 어떻게 달랐는지를 뽑아 봤습니다. 그랬더니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6%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전 양판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하이마트가 1분기 실적 직격탄을 맞은 배경도 비슷했습니다. ‘집콕족’이 늘면서 PC·TV 판매가 호조를 보인 반면 에어컨·공기청정기 판매량은 40% 넘게 감소하면서 성수기 효과를 전혀 못 봤다는 겁니다. 공기청정기 판로가 지마켓·롯데하이마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온·오프라인 판매 트렌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들이 ‘앓는 소리’를 할 만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공기정화 가전’으로 분류돼 온 공기청정기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또 다른 복병입니다. 지난 4월 16일 한국역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최신호에는 "밀폐된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틀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아래쪽에서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정화한 뒤 깨끗해진 공기를 위로 배출하는데요. 비말(침방울)이 흡입구가 아닌 배출구쪽으로 갈 경우 곧장 실내로 퍼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2014년 40만대에서 지난해 400만대 수준으로 고속 성장해 온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도 올해만큼은 ‘쉬어가기’를 할 수밖에 없을까요? 그간 다양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커버리지·필터 타입·사이즈 등에서 다양한 변신을 이어왔던 공기청정기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탈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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