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29)
나는 옷이 많다. 남들처럼 정장, 캐주얼, 등산복, 아웃도어는 물론 댄스복 종류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남자들 댄스복이야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경기대회에 입고 나가는 연미복은 기본이다. 꼬리가 갈라져 있고 제비 꼬리처럼 긴 옷이다. 영어로는 ‘테일코트(Tailcoat)’ 또는 ‘이브닝코트(Evening Coat)’라고 한다. 음악회에 가면 지휘자들이 입는 옷이다. 연미복도 안에 입는 드레스 셔츠는 제대로 된 것은 일일이 단추 채우고 커프스 버튼까지 채우려면 입는 시간만도 30분은 잡아야 한다. 그게 번거로우니 약식으로 된 드레스 셔츠가 따로 있는 것이다. 바지도 그렇다. 원래는 바지 길이가 명치 밑까지 온다. 그런데 간단하게 입으려고 보통 댄스 연습 때 입는 댄스 바지로 입고 허리춤은 흰색 가리개 벨트로 가리면 정식 댄스 바지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연미복보다 길이가 짧은 것이 턱시도(Tuxedo)다. 영어로 ‘디너 재킷(Dinner Jacket)’이라고도 한다. 카라 부분을 공단으로 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턱시도도 세 가지나 된다. 하나는 정식 파티 용이고 또 하나는 플로어에 입고 나가 춤을 출 수 있는 시범 댄스용 턱시도다. 어깨에 보강재가 들어간 것은 파티용이고 안 들어간 것은 댄스용이다. 댄스파티가 아니고 일반 파티의 경우에 보강재가 들어간 턱시도를 입는다. 왈츠 같은 모던댄스를 할 때 어깨에 보강재가 들어간 턱시도를 입으면 팔을 옆으로 벌렸을 때 보강재 부분이 튀어나와 보기에 안 좋다. 보강재가 안 들어간 턱시도는 걸어 놓으면 어깨가 축져진 것 같지만, 입으면 멀쩡하다. 세 번째 턱시도는 조끼식으로 된 것이다. 댄스 강의나 방송 출연 시 입는다. 평상복을 입고 있으면 춤추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비넥타이와 함께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입으면 편하다.
턱시도는 연미복보다 길이가 짧고 카라 부분을 공단으로 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어깨 부분에 보강재가 들어간 것은 파티용이고 안 들어간 것은 댄스용이다. [사진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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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복 바지도 여러 개 있다. 최소한 여름용과 겨울용은 있어야 한다. 댄스스포츠 보급 초기에는 강사나 입던 옷이고 수강생이 댄스복 바지를 입으면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댄스 바지를 맞춰 입는다. 댄스복 바지의 특징은 원단의 특성상 잘 구겨지지 않는다. 또, 옆 주머니가 없어 옆 바디 라인을 매끄럽게 해준다. 나는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 손수건을 넣어 두기 위해 뒷주머니를 따로 만들긴 했다. 그 때문에 히프라인에서 손해를 보긴 한다. 앞쪽 다리 부분의 중앙은 원래 주름을 날카롭게 잡는 부분인데 아예 재봉선으로 영구 라인을 만든 것이 댄스복 바지다. 바지통이 넓은 것도 있고 보통인 것도 있다. 댄스복 바지가 일상복보다 입어보면 편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게 주머니만 보강해서 만들어 입고 다닌다. 다리 부분의 영구 봉제 부분 때문에 깔끔한 인상을 준다.
댄스복 바지는 벨트가 없다. 벨트는 상·하체가 끊어져 보이게 하고 여성과 자주 닿는 부분이므로 금속성의 딱딱한 버클은 여성에게 불쾌감도 줄 수 있고 마찰 시 여성의 드레스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버클은 피해야 한다. 라틴댄스용 바지는 몸에 착 붙게 허리 사이즈를 맞춰 앞에 호크로 고정한다. 개인적으로 호크는 오래 쓰면 천이 버텨주지 못하므로 호크 대신 단추 2개를 달아 주면 좋다고 본다. 모던 댄스용은 어깨에서 멜빵으로 벨트 부분에 연결한다.
나비넥타이도 여러 개 있다. 처음에는 호텔 직원처럼 보여 내키지 않았으나 매보면 편하다. 이것도 원래는 착용하는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약식으로 호크만 채우는 나비넥타이도 무난하다. 드레서 셔츠 가게에서 파는 것은 몇만 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동대문시장 넥타이 상가에 가면 몇천 원이면 산다. 컬러 별, 크기 별, 꼬리 모양 별로 있어야 하니 여러 개가 필요한 것이다. 정장 넥타이는 일하다 온 것 같아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나비넥타이는 착용하는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약식으로 호크만 채우는 것도 무난하다. 컬러 별, 크기 별, 꼬리 모양 별로 있어야 하니 여러 개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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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댄스만 추면 옷은 하얀 드레스 셔츠에 검정 턱시도 정도만 걸치면 된다. 그러나 라틴댄스도 같이 추기 때문에 그렇게만 입으면 파티가 무거워 보인다. 그래서 다양한 컬러의 옷을 입고 가는 경우도 많다. 일반인들이 꺼리는 과감한 컬러의 옷을 입고 가면 분위기가 올라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일반 남자들이 기피하는 원색의 옷이나 좀 튀는 디자인의 옷을 과감하게 사게 된다. 외국에서는 흔히 입는 컬러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검은색 등 무채색 일색이다. 특히 앞부분에 주름이 여러 겹 잡힌 드레스 셔츠는 파티가 아니면 입을 일이 없는 옷이다. 소매 단추 대신 커프스 버튼으로 되어 있는 옷도 번거롭게 그런 옷을 살 리가 없지만, 파티에서는 즐겨 입는 옷이다.
연습복도 있다. 학원에서 입는 옷이다. 잘 늘어나고 땀 냄새가 안 나는 옷이어야 한다. 퇴근하고 오면 정장 차림의 드레스 셔츠를 입고 춤을 춰도 되지만, 땀도 나고 아무래도 불편하다. 상의는 댄스복 파는 가게에서 사기도 하지만, 오히려 너무 몸에 붙어 불편하다. 등산복을 입고 오는 사람도 있다. 편할지는 모르지만, 전체 분위기로 봐서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다. 편한 복장이 기준이니 제약은 없다. 골프복이나 캐주얼 복장이 무난하다.
댄스화도 여러 켤레 가지고 있다. 라틴 댄스용과 모던 댄스용이 다르다. 라틴댄스용은 뒷굽이 높다. 모던댄스용은 뒷굽이 높으면 춤추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사고를 당할 수 있어 뒷굽이 낮다. 라틴 모던 겸용이라고 나온 댄스화도 있다. 뒷굽 높이가 라틴화와 모던화 중간 정도인데 갈아 신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지만, 착용감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에나멜 코팅으로 반짝이는 구두도 있다. 댄스화가 편하기 때문에 밑창에 바닥을 덧대서 신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그대로 플로어에 들어가면 밑 바닥이라 안 보이지만, 비위생적이고 고무 재질이라 미끄러지는 정도가 달라 춤추기에 좋지 않다.
남성 연미복이나 턱시도는 맞추려면 200만 원이 넘는다. 명품 옷만 입는 사람이 아닌 어지간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일 것이다. 연미복은 대회에 자주 나가는 선수라면 당연히 맞춰 입어야 한다. 임대 해주는 곳도 있는데 임대 비용도 몇십만 원이라 만만치 않다. 몇 번 안 입을 거라면 체형이 비슷한 지인들에게 빌려 입는 것이 좋다. 턱시도는 선택 사항이다. 반드시 턱시도가 아니더라도 너무 정장 티가 안 나는 정장이면 좋다. 직장에 입고 가는 무채색 정장보다는 밝은 톤의 정장 상의라면 훌륭한 파티복이 된다. 이럴 때 흰색, 연두색, 핑크색 등의 다양한 컬러의 옷을 입어 보는 것이다.
남성 연미복이나 턱시도는 맞추려면 200만 원이 넘는다. 명품 옷만 입는 사람이 아닌 어지간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일 것이다. [사진 위키백과] |
남성의 경우도 이럴 정도인데 여성들의 경우는 더 많은 댄스복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검은색 하나면 사실 평생 입어도 되지만, 여성들은 같은 스타일의 옷이라도 컬러가 다른 것을 입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모던댄스용 드레스는 필수다. 이 옷이 남성들의 연미복이나 턱시도처럼 가격이 만만치 않다. 부피가 커서 보관이나 휴대가 불편한 옷이다. 모던댄스 대회에 나갈 때는 당연히 입어야 하겠지만, 라틴댄스도 섞여서 나오는 댄스파티에서는 라틴 댄스를 출 때 불편하다. 그래서 파티 중간에 옷을 갈아입는 여성도 종종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파티에서는 정식 드레스보다 야회용 드레스가 보급되어야 한다고 본다. 모던 드레스보다 치마 부분이 간소하여 라틴 모던 모두 용이하고 보기에도 좋다. 가격도 그만큼 쌀 것이다. 여성들은 연습복으로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는다. 댄스 옷 파는 곳에서 연습복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판다. 잘 늘어나야 하고 땀도 잘 흡수해야 하지만, 땀 냄새가 안 나야 한다.
댄스복은 사진이 잘 받는다. 평소보다 특이한 복장을 했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즐거운 파티나 대회에 나간 특별한 경험이므로 웃는 표정도 한몫한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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