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창업비용 문턱 낮출 수 있을까?...프롭테크 기업들의 아이디어로 구현
공유주방 키친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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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가루로 만든 플라워케이크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박은빈(32)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기까지 공유주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력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연습장, 본인의 상표를 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공유주방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주방에서는 건물임대료, 조리도구, 식기류 등 초기투입 비용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다. 박씨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이 가능한 케이크 공방을 차릴 때까지 공유주방을 계속 이용할 계획이다.
# 프리랜서 모델일을 하고 있는 김미연(24)씨는 미용실을 이용할 일이 많다. 스튜디오가 있는 강남 근처 미용실을 자주 찾지만 드라이 한 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문제다. 그러던 중 공유미용실을 만났다. 6개월에 10만원을 결제하면 강남에 위치한 고급미용실에서 드라이, 컷, 염색, 파마 등의 시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사이트에서 후기를 보고 헤어디자이너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던 그가 가격, 서비스, 접근성 등 최적의 방법을 찾은 셈이다.
공유경제가 대한민국 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요식업, 미용업 등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창업시장에서는 앞선 사례처럼 기존 질서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중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프롭테크 기술의 발전이다.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이 오프라인 부동산 시장과 결합하면서 우리의 일상이 '더 재밌고, 더 저렴하게'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등록된 프롭테크 관련 기업은 173개다. 포럼에 따르면 프롭테크 분야는 크게 스마트 부동산, 부동산 공유경제, 부동산 투자, 부동산 데이터 분석 등으로 나뉜다. 그중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는 공유경제다. 공유 오피스, 공유 주택, 공유 주방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이미 뜨겁다. 포럼에 따르면 현재까지 53개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1조1148억원에 이른다.
공유 오피스·공유 주택은 알지만 공유미용실은 생소한 사람이 많다. 공유미용실은 여러명의 헤어디자이너가 한 미용실에서 공간과 장비를 공유해 손님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개별 화장대가 하나의 미용실이 되는 셈이다. 1인 창업을 한 듯 디자이너가 원장 신분으로 일하지만, 도심의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미용 장비 부담을 디자이너 여러명이 나눌 수 있어 창업 리스크를 줄였다. 고객 입장에서는 디자이너의 역량에 맞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유주방도 비슷하다. 공유주방은 요식업 창업 등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음식 조리공간과 설비 등을 공동으로 임대해 창업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비용을 대폭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절감된 비용은 연구개발, 브랜딩에 재투자돼 산업의 선순환을 돕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주문·배달 수요가 늘면서 공유 주방서비스는 더 각광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유주방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규모로 성장했다.
최정이 고스트키친 대표는 "공유 주방은 입점하시는 각각의 사장님들에게 월 사용료만 받고 키친을 빌려주는 형태"라면서 "창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월세 등 초기 투입비용을 낮추고,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건 프롭테크 기술의 발전이다. 온라인으로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 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을 제공한 게 프롭테크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롭테크협회 관계자는 "건설사, 시행사, IT스타트업들이 다양하게 모여 프롭테크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유망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를 부동산과 융합해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창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업태는 근로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폐업률 높은 창업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살아남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도 프롭테크 기업에는 또 다른 기회다.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를 중시하는 건축, 부동산 업종에 중개사가 없더라도 비대면으로 임장과 계약이 가능한 시대가 온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도 중요한 포인트로 인식되고 있다.
부동산 투자업 관계자는 "자영업자, 오피스 임대가 빠진 자리를 공유 오피스, 공유 미용실, 공유 주방 등이 채우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업종에 대한 임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한지연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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