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금융당국은 최근 수년 사모펀드와 관련한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PEF=모험자본'이라는 인식을 내비쳐 왔다. 모험자본으로서 유니콘을 탄생시키거나 산업 기반을 지탱하는 데 기여하라는 요구다.
물론 PEF를 모험자본으로 뭉뚱그려 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상당하지만, 최근 이에 걸맞은 사례가 나타날 듯해 흥미롭다. 코로나19가 흔들어 놓은 항공산업,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구조조정 목적 펀드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밝힌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집행조건(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을 충족하는 LCC는 국내 7개(운항증명 발급 전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제외) 중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두 곳 뿐이다. '빚 적은 게 죄냐'는 불만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차입 부담 불문하고 모든 기업으로 지원을 확대하기는 정부로서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LCC처럼 사각지대 위에 서 있는 기업들에 PEF가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실제 재무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 PEF 운용사 대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어느 범위까지 집행될 지를 주목하고 있다”며 “결국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곳에는 먼저 투자유치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PEF의 투자를 받는 게 부담이 클 수도 있다. PEF는 외부 투자들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돌려줘야 할 이기적 민간 자본이다. 모험에 나선 선의의 투자자는 커녕, 안그래도 어려운 기업에 빠듯한 조건만 내거는 하이에나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구조조정 국면에서는 기업과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기업 정상화' 한 가지로 수렴한다. 단순히 정부 지원을 받았을 때와 비교해, 사태 극복에 조력할 제3자를 얻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밸류업 잠재력은 더 클 수 있다.
PEF 역시 항공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명운을 건 결정이다. 아무리 안정적인 엑시트 전략을 짠다 해도, 기업 자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펀드 평판과 투자자 모두를 잃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항공·여행업에 투자한 IMM PE(하나투어 최대주주)는 이미 출자자는 물론 업계 모두의 우려 대상이다.
하지만 항공·여행업은 팬데믹에 의해 일시적으로 바닥까지 떨어질 수는 있어도, 회복이 불가능한 구조적 사양 산업은 아니다. 사태 이전에 투자해 고개를 떨구고 있는 펀드든, 사태 이후 저평가 국면을 이용할 펀드든, 역량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수 있다.
자본시장에 손을 건넬 기업, 그리고 항공업으로의 모험을 결정할 펀드. 모두 '코로나 극복' 훈장을 따내길 바란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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