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2일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24)를 미국으로 강제 송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 “법무부는 손씨에 대한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자국에서든, 외국에서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시킨 다크웹 운영자 손모 씨를 미국으로 인도해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후 한 달 동안 21만 9721명이 청원에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20만 명)을 충족했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년 8개월 간 특수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다. 유료회원 4000여명으로부터 4억여 원 상당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 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지난달 27일 출소했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다시 수감된 상태다. 미측은 2018년 8월 손씨를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로 기소한 뒤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해왔다.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는 미국이 요청한 범죄사실 중 국내 법률에 의해도 처벌이 가능하고, 손씨에 대한 국내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16일 서울고검에 인도심사청구명령을 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지난 1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심사 심문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송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추 장관은 “조만간 법원에서 손씨 송환이 조약과 국내 법률에 비춰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향후 법원 판결이 선고되면, 법무부 장관으로서 판결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조약과 법률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 “그동안 성 착취물 유통 범죄에 대해 국내 사법당국들이 제대로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n번방 사건 관련 수사경과를 보고받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또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란 말을 했다”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자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