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실상은 시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 / 운영진 측 피해 할머니들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 / 20년 동안 관리 감독 소홀 문제제기 / 경기도, 특별수사팀 구성해 수사 착수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의 모습. 뉴스1 |
‘나눔의 집’ 김대월 학예실장은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후원자들이)후원해주시면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위해서 쓰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사실 할머니를 위해 안 쓰니까 제가 정말 반성하는 것은 후원 문의 전화가 오면 저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받고 있었다”며 “후원 안 하기를 바라니까, 어차피 할머니한테 안 쓰니까, 그래서 이렇게 직원들이 다 뭉쳐서 공익제보를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작년 기준으로 (후원금이)한 달에 거의 2억씩 들어왔다”며 “제가 여기 일하면서 가장 후원을 많이 해 주시는 분들이 학생들이었다. 자기들이 뭐 배지를 만들어서 팔아서 수익금을 기부하고 정말 학생들이 기부를 많이 해 줬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7명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시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며 “나눔의 집 운영은 법인이 채용한 운영진 두 명에 의해 20여년 간 독점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5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나눔의 집 하청 공사 과정에 수상한 점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한 업체가 나눔의 집 공사를 전부하는데 건설을 할 수 있는 면허증이 없는 업체가 면허가 있는 업체한테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한다”며 “그럴 거면 공사비가 당연히 늘어난다. 전시물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전시물품은 1만원짜리인데 견적서에는 5만원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도 한 명이 와서 일하는데 4명이 와서 일하는 걸로 청구가 돼 있어 (나눔의 집)사무국장한테 ‘본인이 계약을 했으니 (업체를)불러서 과청구 됐으니 시정을 요구해라’ 얘기를 했는데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자꾸 두둔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무국장이 해당 건설 업체 대표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도 주장했다.
김 실장은 사무국장의 책상에는 외화 등 2000~3000만원정도가 쌓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시설에는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책상 서랍에서)외화가 많이 나왔다”며 “외화를 운영자금으로 갖고 있을 리도 없고, (이것을)저희가 사무국장한테 물어봤을 때는 여태까지 외화가 많이 들어왔는데 그거에 대한 장부가 어디 있느냐 (물어봤더니) 여태까지 20년 동안 장부를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무국장에게)‘그 외화는 어떻게 처리하느냐’라고 물어봤을 때, 들어오면 그때그때 (장부에 쓰지 않고) 다 은행에다 넣는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 자리에서는 2014년에 후원해 준 외화도 나왔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뉴스1 |
김 실장은 나눔의 집 운영진 측이 피해 할머니들을 단지 ‘관리하는 대상’으로 여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눔의 집에는)중국에서 계시다가 해방 후에 돌아오셨다가 나눔에 집에 오신 할머니들 비율이 절반 정도 된다”며 “중국에서 힘들게 사셨기 때문에 한국에 오셔서 삼시세끼 밥 주고 여름에 안 덥고 겨울에 안 추운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눔의 집이 문제가 돼서 이 위안부 운동 전체를 폄훼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이 문제는 나눔의 집 이사진과 운영진이 나빠서 벌어졌지만 나눔의 집이 어제 생긴 단체가 아니다. 20년 동안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는 21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나눔의집’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나눔의 집의 특별점검 과정에서 다수의 법률 미이행 사실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찰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엄정하게 물을 방침”이라며 “책임은 책임이고 헌신은 헌신. 법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