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있던 두살, 불법유턴 SUV에 숨져
300m 스쿨존엔 90m 간이 중앙분리대만
인도 안전 펜스·무인 과속 단속 장비도 없어
22일 오전 9시30분 전북 전주시 반월동의 한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간이 중앙분리대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날 이곳에서 2살배기 아이가 불법 유턴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긴급 구조물 설치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지점에서 “평소 불법 유턴이 자주 벌어졌다”며 “불법 주정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간이 중앙분리대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하루 수십대의 차량이 이곳에서 불법 유턴을 했다.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지만 불법 주정차를 하는 차량도 있었다.
22일 오전 9시30분 전북 전주시 반월동의 한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간이 중앙분리대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왼쪽 중간(흰색차량)이 사고가 난 지점인데, 이날도 불법 주차를 한 차량이 있었다. /김정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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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12시15분쯤 전주시 반월동 한 스쿨존 도로에서 A(2)군이 B(53)씨가 몰던 SUV차량에 치였다. 이 사고로 A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A군의 엄마도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다.
B씨는 불법유턴을 하다 이날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곳은 왕복 4차선 도로다. B씨는 스쿨존 시작 지점에서 90m 가량을 주행하다,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유턴을 한 지점은 간이 중앙분리대가 끝나는 지점이다. 사고가 난 스쿨존 길이는 300m인데, 90m 정도만 간이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었다. 인도엔 안전 펜스도, 무인 과속 단속 장비도 없었다. 한 주민은 “사고 지점은 상가 건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어 인도가 10m 정도 끊어진 구간”이라며 “도로 경계석이 없다 보니 불법 유턴 차량이 인도까지 침범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후 국내 첫 번째로 스쿨존 교통 사망 사고를 냈다. 경찰은 특정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B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 사망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군의 엄마가 상심이 크고 경황이 없는 상태라, 버스를 기다리다 변을 당한 것인지 등 정확한 사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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