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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책꽂이-그들만의 채용리그] 엘리트 기업 취업하려면 학벌만큼 중요한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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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런 A. 리베라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서울경제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IB), 맥킨지 등 일류 컨설팅 회사, 그리고 대형 로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신입사원에게 억대 연봉을 주며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엄두도 못 낼 만큼 문턱이 높은 직장이기도 하다. 입사와 동시에 상류층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그곳에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들어갈까.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 로런 리베라는 신간 ‘그들만의 채용리그’를 통해 공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폐쇄적인 이들의 채용 현장을 낱낱이 파헤쳤다. 리베라 교수는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 출신의 여성으로,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모니터 딜로이트’에서 일한 ‘비전형적’ 배경의 엘리트다. 그는 전형적 배경을 가진 엘리트 집단이 고임금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현상을 주목해 이들 기업의 채용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고, 차별적인 채용 관행을 들춰냈다. 책은 2015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미국사회학회 선정 2016 노동부문 ‘막스 베버 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기관에서 사회학 및 비즈니스 분야 최고의 도서로 선정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 책이 “풍성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공포스러운 진실을 확인하게 한다”고 평했다.

겉으론 공개 채용 과정 거치지만

기존 직원과의 케미·적합성 고려

결국 고학력 갖춘 상류층 자녀 뽑아



채용 담당자 120명과의 심층 인터뷰, 캠퍼스 채용설명회 및 취업박람회 관찰, 한 회사 인사팀에서 9개월간의 인턴. 저자는 이 긴 과정을 거쳐 인사담당자들과 엘리트 기업들이 무엇을 바탕으로 인재를 선별하는지 밝혀냈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자격은 어느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는지, 명문대 출신 중에서도 어떤 부류가 합격하고 탈락하는지, 고용 평등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이들의 차별적 관행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담았다.

오랜 취재 끝에 저자가 밝혀낸 것은 부모의 경제력에 힘입어 명문대에 진학한 이들이 취업에서도 또다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는 것이다. 학력이 높고 부유한 부모들은 자녀에게 대학입학 경쟁은 물론 취업까지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우위를 물려줬다. 엘리트 기업들은 명문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이미 그들이 원하는 상당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평가자들은 백인, 상류층, 중상류층 문화와 연관되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축구, 야구, 탁구와 같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보다는 라크로스, 필드하키, 테니스, 스쿼시, 조정처럼 경기를 하려면 돈을 들여야 하는 클럽 스포츠를 선호했다. 다만 부모가 상류층임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와 연결고리가 있는 명문 대학에 다니지 않거나, 내부자와의 사회적 인맥이 부족한 학생들은 배제되기도 했다.

채용 관행 되풀이하며 계층 재생산

엘리트집단이 고임금 일자리 독차지

기업 경쟁력 높이려면 차별 막아야



책에 담긴 수많은 채용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은 결코 ‘능력’만 가지고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채용 관행은 계층의 재생산에 기여했다.

“적합성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저는 매일 함께 일하면서, 해외 출장에 동행하거나 기상이변으로 공항에 갇히게 되거나 업무를 마치고 맥주 한잔을 하러 갈 때 편안하게 느낄 동료가 필요합니다. 케미스트리가 있어야 하죠. 따라서 지원자는 명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 사람이 투자은행가인 삼촌과 함께 자라서 어린 시절부터 항상 투자은행가가 되고 싶어 했는지, 아니면 그들이 뉴스에서 투자은행이 급여가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지원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돈 때문에 이끌렸다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책은 현상을 분석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서는 ‘엘리트 운동장을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채용 과정에서 운동장이 기울어지지 않았는지 감시하고 살피는 것이 특권의 재생산을 방지함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기에 기업에서 채용 인터뷰를 진행할 때 구조를 바꾸고 실무 관계자보다 HR 담당자에게 더 많은 의사결정 권한을 주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책은 구인 광고부터 채용위원회를 만나는 마지막 단계까지 독자가 채용 과정의 각 단계를 시간순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양한 채용 사례와 인터뷰가 담겨 있어 마치 눈앞에서 생생하게 구인 과정이 펼쳐지는 듯하다.

수많은 채용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의도치 않게 구직자들을 위한 ‘꿀팁’을 제공한다. 약간의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1만9,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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