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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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전파자’로 불린 환자에 대한 늑장 대처 책임을 두고 정부와 벌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 등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심리불속행은 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1ㆍ2심에서 패소한 복지부는 대법원 상고까지 하며 결과를 뒤집으려 했지만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병원의 진료 마비로 발생한 607억원의 손실 보상금과 지연이자까지 물어주게 됐다. 슈퍼 전파자 접촉자 명단을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806만원의 과징금도 취소됐다.
이 사건은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2015년 5월 29일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은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과 연락처를 달라고 요구했다. 병원은 이틀 뒤 밀접 접촉자 117명의 명단만 제출했고 전체(678명) 명단은 다음달 2일에야 냈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명단 제출이 늦어 피해가 확산됐다며 2017년 병원 측에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만 환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업무정지를 과징금 806만원으로 대신하게 했다. 진료 마비로 병원이 입은 손해액 607억원은 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1ㆍ2심 재판부는 병원이 역학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ㆍ회피하려던 것이 아니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결론 내렸다. 당시 보건당국에 필요한 것은 ‘접촉자들의 연락처가 담긴 명단’이었는데, 역학조사관이 이를 병원에 명시적으로 요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병원은 우선 접촉자의 이동경로와 노출 추정 시간 등이 담긴 ‘마스터 명단’을 냈고, 보건당국이 연락처 명단을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한 6월 2일에는 연락처 명단을 곧바로 제출했다.
메르스 사태 때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삼성서울병원이 승소한 데는 복지부의 잘못도 사태의 한 원인으로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병원이 전체 명단을 제출한 지 나흘 뒤인 6일에야 복지부가 이를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에 입력해 ‘비(非)밀접 접촉자’에 대한 시ㆍ도 보건소의 연락 조치가 7일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통상 메르스 잠복기가 5일인 점을 감안하면 당국이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5일 증상을 보인 76번 환자에 의한 4차 감염이 예방됐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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