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플랫폼 노동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고용 형태로 각광받는다. 기업은 정규직 고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는 당장 실업 상태에 놓이지 않는 대신 간단한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윈윈’이다”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자기주도 성향이 강한 Z세대가 본격 경제 주체로 부상한다면 플랫폼 노동 형태가 우리 사회에 더 단단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노동 환경 변화에 기업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노동이 노동시장 한 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업의 인력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플랫폼 노동자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기업 내 업무 유형과 중요도에 따라 인력 계획을 다각화하는 것이 골자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플랫폼 노동이 급부상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선택지 하나가 늘어난 셈이다. 기업 핵심 직무는 외주 대신 내부화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또 안전하다. 반면 수요가 유동적이고 외부 집단지성이 필요한 광고나 디자인 등의 직무는 유연한 ‘긱 이코노미’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노동’ 등장에 맞춰
인력 계획·사회제도 정비해야
플랫폼 노동이 보편화되는 흐름에 맞춰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근로자를 위한 사회·복지제도 대부분 ‘임금노동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프리랜서’는 물론, 새롭게 등장한 ‘긱 워커’에 대한 고용안정제도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플랫폼 노동자 취약성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한 프리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잘 풀린 사람도 많겠지만 일이 끊긴 사람도 많다. 위기감이 직장인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직장인은 잘려도 실업급여라도 받는데 이건 아무것도 없다. 당장 눈앞의 일이 사라지니 심리적 불안감이 매우 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플랫폼 노동이 제도권 속에 자리 잡기까지는 보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최근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을 공식화하기는 했지만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 유의미한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플랫폼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만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당장 고용보험이 없는 이들이 생계 곤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급선무다. 단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말고 플랫폼 노동자·긱 워커·특수직고용자 등 모든 이들이 사회안전망 안에 들어오도록 지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제언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9호 (2020.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