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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씨름 그만두겠습니다"···전주·부산여성 연쇄살인 최신종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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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전국대회 휩쓴 씨름 유망주

씨름계 "연쇄 살인과 선수 경력은 무관"

지도자 "덩치 커 특히 인성 강조하는데…"

"'얼마나 힘 좋겠냐' 댓글에 고개 못 들어"

중앙일보

신상 공개가 결정된 최신종의 얼굴. [사진 전북경찰청]


씨름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나흘 간격으로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신종(31)의 신상 공개 이후 어릴 적 전국 대회를 휩쓴 씨름 유망주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최신종의 잔혹한 '연쇄 살인'과 과거 그의 씨름 선수 경력을 연결 짓는 분위기에 씨름계가 유탄을 맞은 격이다. 씨름인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씨름 지도자 A씨는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연쇄 살인과 씨름이 무슨 상관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어릴 때 씨름을 한 것을 가지고 '씨름 선수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씨름인들이 사람을 죽이라고 가르치겠냐"는 것이다.

선수 출신으로 현재 일선 학교 씨름부 감독을 맡고 있는 A씨는 "씨름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고 했다. "민속 경기인 데다 근육질에 덩치 큰 선수가 어른들에게 인사를 안 하고 예의가 없으면 안 좋게 본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일보

지난 12일 오후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지난달 18일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서 실종된 20대 부산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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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체육회 등에 따르면 최신종은 2002년 소년체전 등 전국 대회에서 세 체급을 석권했다. 그해 전북체육상, 이듬해 대한체육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간 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선수 생활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초등학교 때 세 체급을 석권했다는데 40㎏·45㎏·50㎏은 가장 낮은 체급이다. 일반부에서 세 체급 석권은 '하늘의 별 따기'지만, 초등학생은 힘이 좋으면 네 체급도 석권한다. 키가 작고 낮은 체급의 선수는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천하장사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최신종)가 어릴 때 씨름을 할 수도 있고, 야구나 축구를 할 수도 있다. 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씨름을 한 건 유소년 때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스스로 씨름을 그만두고 나간 선수(최신종)가 어른이 돼 범죄를 저지른 것까지 (씨름계가) 책임져야 하냐"는 취지다. 그는 "가뜩이나 일선에서 선수 수급이 어려운데 마치 씨름 선수가 살인 사건을 저지른 것처럼 회자되면 누가 씨름을 하려 하겠나. 학부형에게 가서 '아이를 씨름 선수로 키워볼까요' 말 못한다. 피해가 굉장히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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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같은 달 14일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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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종이 씨름 유망주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씨름을 그만두겠다"는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씨름 선수면 얼마나 힘이 좋겠냐. 그러니 여자들을 목 졸라 죽였겠지'라는 인터넷 댓글을 거론하며 "씨름인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고개를 못 들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앞서 최신종은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40분쯤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B씨(34·여)를 승용차에 태운 뒤 성폭행하고,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다음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튿날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에 있는 천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같은 달 18일 자정 무렵 전주 한옥마을 부근 주유소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부산에서 온 C씨(29·여)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랜덤 채팅 앱(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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