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17일 일본 나라시·교토시에 방호복 지원
이달 말까지 일본 3개도시에 추가 지원 예정도
일부 시민 "한일 외교갈등 중인데"라며 비난
주낙영 시장 "미래지향적인 극일 필요" 호소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仲川げん) 나라시장. [사진 경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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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가 일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지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경주시는 21일 코로나19로 방역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자매·우호도시에 경주시에 비축된 방호복 등 방호물품 지원 계획을 밝혔다.
경주시는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지난 17일 보냈다. 또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21일까지 나라시 19명, 교토시 24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주 시장은 당시 지원계획을 밝히며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라며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경주시는 방호물품을 전달받은 교토시가 주 시장의 응원 영상메시지와 경주시 코로나 대응 사례집을 교토시 공식 유튜브 채널과 세계역사도시연맹 홈페이지에 소개하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경주시의 발표 직후, 일부 시민들은 한·일간 외교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가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경주시 홈페이지에는 22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일본에게 지원을 하느냐”, “지원하고 싶으면 개인 비용으로 하라”, “코로나19 때문에 경주 경제가 어려운데 일본을 돕고 있느냐”는 등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이에 주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주 시장은 “지원과 관련해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며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통당 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먹은 것 같다”고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명글. [사진 주낙영 시장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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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주 시장은 “반일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했느냐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시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좀 드리고자 한다”며 글을 이어 나갔다.
주 시장은 “2016년 경주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ㆍ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대국 일본이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 때 못 하고 있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주 시장은 “전쟁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이라며 “한·중·일 관계는 역사의 굴곡도 깊고 국민감정도 교차하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관계”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 시장은 “그런 복합적 관점에서 방역에 다소 여유가 생긴 우리 시가 지원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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