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 내부 회의에서 일절 관련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며 "청와대가 입장을 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신중모드'에는 사법부의 판단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 역시 "과거 판결에 대해 논평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사법부에서 들여다볼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물밑에서는 이번 사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여권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와 맞물려 적지않은 폭발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전 총리는 친노, 친문과 진보 진영을 폭넓게 아우르는 핵심 원로 인사로서 여권에서 가진 상징성이 그 누구보다 큽니다.
참여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는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에는 문 대통령이 상주 역할을 맡았고, 한 전 총리가 추모사를 읽었습니다.
2015년 8월 대법원이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확정하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은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며칠 뒤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 전 총리의 재심청구가 가능한지 알아보라'는 지시도 내리기도 했다. 다만 당시 변호인단은 재심청구에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당시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정말로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었다는 것은 우리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그동안 특별사면 논의가 부상할 때마다 정치권에서 한 전 총리의 포함 가능성이 거론된 배경에도 문 대통령과의 이런 인연이나 한 전 총리가 가진 상징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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