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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TALK] 이재용 ‘퀀텀점프’ 노리는 비메모리반도체... 5G·AI 타고 성장률 메모리의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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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두뇌 역할 반도체 설계 팹리스 + 수탁 생산 파운드리
1970년대 인텔 CPU 상용화로 비메모리 성장 가속
스마트폰 성장과 함께 퀄컴 모바일AP 시장 견인
코로나發 언택트 경제 비메모리 수요 급증 전망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전용이던 경기도 평택 공장에 새로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설을 세워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가겠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투자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지난해 시작한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이다.

메모리 반도체 이외의 모든 반도체를 통칭하는 비메모리반도체는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fabless)와 이들 기업으로부터 도면을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양축으로 구성돼 있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주로 우리의 두뇌처럼 연산작업을 해 시스템반도체로도 불린다.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대표적이지만 모든 전자기기에는 비메모리가 들어간다.

비메모리는 이미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5G(5세대) 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의 등장에 따라 초연결 사회에 진입하면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수업 근무 의료 등을 원격으로 하는 언택트 경제가 뜨는 것도 비메모리시장의 성장을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1위는 삼성전자지만,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 팹리스는 미국의 퀄컴이 각각 세계 1위다. 삼성은 파운드리에서도 1위를 하겠다고 나선 상태로, 퀄컴을 팹리스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인 스마트폰용 모바일AP 시장에서도 추격속도를 높이고 있다. 모바일AP 시장은 퀄컴이 주도하고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가 추격하는 구조다. 삼성은 비메모리의 하나인 이미지센서에서도 1위인 일본 소니를 추격중이다. 비메모리 시장 전체로는 PC의 CPU시장을 장악한 인텔이 1위다. 인텔은 비메모리 설계 기술 뿐 아니라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뉘고, 대규모 투자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비메모리는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로 분업 구조를 갖는다. 팹리스 산업 가치사슬의 앞부분에는 반도체 지식재산권(IP)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반도체 IP 개발 기업이 있다. 후공정으로 불리는 조립·검사 영역에서 테스트·패키지 회사들도 가치사슬을 형성한다.

전세계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 한국에게도 ‘험지’인 것이다.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을 제치고 10년 안에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퀀텀점프(중간 과정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도약)’가 필요한 상황이다.

◇ 뜨는 비메모리… 초연결 사회 곳곳에 등장

조선비즈

공학자 로버트 노이스가 만든 집적회로. /EE 타임스



반도체는 실리콘(Si·규소), 저마늄(Ge) 등 전기적으로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성질을 띠는 물질이다. 평소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지만 불순물 주입을 통해 전기가 흐르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 신호를 제어할 수 있어 디지털 기기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 물질(P형과 N형)을 샌드위치처럼 세겹으로 붙이면 트랜지스터(transistor)라는 반도체 소자(素子)가 만들어진다. 트랜지스터는 전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두 전극 외에 ‘게이트(gate)’라는 세번째 전극을 가지고 있다. 게이트는 말그대로 전기가 드나드는 관문 역할을 한다. 수문의 높이를 조절해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듯이, 게이트 전압을 조절해 흐르는 전기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 신호의 제어가 가능하다.

여러 트랜지스터들을 전원, 저항, 축전기 등의 다른 회로 소자들과 연결하면 반도체 회로가 된다. 트랜지스터와 소자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논리연산(AND, OR 등), 사칙연산, 미적분을 구현하는 다양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다. 수많은 반도체 회로들을 합치면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을 작동시킬 수 있다. AI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빠른 데이터 처리와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도의 회로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동원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많을수록 연산 속도가 빨라진다. ‘비트(bit)’ 또는 ‘바이트(Byte)’라는 단위로 표현된다. 크기의 한계가 있는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회로는 실리콘 기판(웨이퍼) 위에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모아놓은 집적회로(IC) 형태로 만들어진다. ‘메모리반도체’ ‘비메모리반도체’라는 말에서 ‘반도체’는 집적회로를 뜻한다.

집적회로는 1959년 미국의 공학자 로버트 노이스가 처음 발명했다. 당시 세계 최초의 컴퓨터였던 애니악(ENIAC)은 무게만 3만톤, 1만 8000개의 전깃줄로 얽힌 진공관 기반 컴퓨터였다. 전력 소모가 심했고 발열도 심해 끊임없이 고장났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했다.

노이스는 구리 전선을 연결하는 대신, 실리콘 블록에 수로처럼 홈을 내는 방식으로 소자들을 연결한 집적회로를 완성했다. 이후 1971년 미국의 인텔이 세계 최초로 4비트짜리 상업용 CPU '인텔 4004(i4004)'를 개발했고, 이후 컴퓨터 시장 성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유명한 ‘인텔 인사이드' 광고 문구는 모든 PC에 인텔 CPU를 넣겠다는 야심을 담은 것이었다. PC용 CPU 시장에서 인텔은 AMD의 도전을 받고 있다.

집적회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적도를 높여야 한다. 그중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전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쟁 업체들의 추격을 받는등 공급 과잉 우려로 시장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의 한 종류인 D램(DDR4 8Gb_1Gx8)의 가격은 2017년 12월 9.64달러에서 2019년 6월 3.5달러로 60% 이상 떨어졌다.

반면 데이터 연산·처리·가공을 통해 컴퓨터의 CPU, 모바일 AP, 이미지센서, 차량용 반도체 등에 쓰이는 비메모리반도체는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연평균 5% 성장을 거듭해 메모리반도체 성장률 전망치인 1%의 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8년 137억 달러(17조원) 규모였던 이미지센서 시장은 2022년 190억 달러(23조 6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산하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보고서가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18년 413억 달러(약 51조 2000억원)에서 2022년 553억 달러(약 68조 60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5G가 지난해 한국에서 세계 처음 상용화된데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언택트(비대면)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반도체 강국’으로 불려온 우리나라가 시장 점유율 4%의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첨단 공정 도입부터 차세대 트랜지스터 연구까지… 산·학이 당기고 정부가 밀어준다

조선비즈

삼성전자 평택 V2.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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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를 구성하는 팹리스는 초연결 사회 진입에 맞춰 다양한 영역으로 계속 확장돼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는 산업구조를 보이는 반면, 파운드리는 얼마나 높은 집적도를 가진 집적회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돼 산업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삼성은 파운드리에서 2위지만 매출 기준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TSMC를 넘어서야 비메모리반도체 전체 시장에서 퀀텀점프가 쉬워진다. 이번 파운드리 신설 결정은 이같은 판단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새로 짓는 파운드리에 7나노(nm·10억분의1미터)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데 있다. 집적회로는 판화처럼 웨이퍼를 EUV 레이저로 깎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EUV는 회로를 그리는 펜 역할을 한다. 더 세밀한 펜을 사용할수록 더 세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고, 이것이 더 높은 집적도로 이어진다.

기존에 삼성이 써왔던 EUV 펜은 10나노짜리다. 1위 업체인 TSMC만이 7나노짜리를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삼성과 TSMC는 5나노 공정 상용화 경쟁도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밀리지만 기술 초격차로 TSMC를 넘어서겠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SMIC도 12나노와 16나노 급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후방 지원에 힘쓰고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비메모리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관련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팹리스 분야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021학년도부터 연세대와 고려대에 총 80명 정원의 채용연계형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전문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맞서 추진해온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전략도 비메모리반도체 육성 방침과 연결돼있다. 일본이 수출을 막은 핵심 품목 세 가지 중 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두 가지가 파운드리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에칭가스는 웨이퍼를 깎기 위해, 포토레지스트는 깎으면 안 되는 부분을 EUV로부터 가리기 위해 필요하다. 현재까지 솔브레인·SK머터리얼즈·동진쎄미켐 등의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소재 국산화에 진척을 보여왔다.

학계에서는 더 근본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이 아닌 신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그래핀 스핀 트랜지스터’ 구현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은 전기가 잘 통하는 비금속으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소재로 기대받고 있다. 특히 그래핀 스핀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뿐만 아니라 스핀(spin·자전)까지 디지털 신호로 사용함으로써 더 밀도높은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걸림돌 일부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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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그래핀 스핀 트랜지스터의 모식도.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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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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