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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미국 ‘화웨이 때리기’에…국내 기업들 ‘손해냐 이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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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미국의 제재 본격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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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출시된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P40 프로’의 메모리 반도체(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 제품이다. 1년여 전 전작인 ‘P30’ 시리즈를 내놓을 때만 해도 일부 제품에는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가 채택됐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만 조달하게 된 것이다. 작년 9월 출시된 5세대(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 ‘메이트30’에도 국산 부품이 상당수 들어가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메모리 반도체(D램)는 SK하이닉스 제품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다시 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손익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에서는 화웨이와 경쟁관계에 있지만, 반도체 사업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 부품을 구매하는 ‘큰손’ 중 하나다. 이처럼 한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문별로 이해득실이 다르기 때문에 미·중관계 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은 간단치 않다.

삼성, 5G·통신장비선 경쟁 관계
대만 업체서 위탁생산하는 화웨이
대체시설 못 구할 땐 ‘반사이익’

2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43%의 점유율을 기록해 화웨이(3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3.33%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위 에릭슨(23.41%)은 물론 1위 화웨이(26.18%)를 위협하는 수치다. 2018년만 해도 전체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5%로 1위 화웨이(31%)와 격차가 벌어졌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등에 업고 맹추격에 나선 것이다.

오는 9월부터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되면 5G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누릴 반사이익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자회사 하이실리콘에서 설계한다. 이렇게 설계한 반도체를 대만 TSMC에서 위탁생산 중인데, 미국의 제재로 TSMC의 생산 거부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웨이가 대체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도체선 연간 13조 구매 ‘큰손’
금액 90% 삼성·SK하이닉스 차지
화웨이 판매 부진 두 업체 손해로

문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매출처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화웨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는 두 업체에서 만든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지난해 화웨이가 국내 기업들로부터 사들인 부품 구매액은 약 13조원으로, 전체 금액의 90%가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했다. 화웨이 제품이 덜 팔리면 두 업체가 손해를 고스란히 입는 구조다.

화웨이가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새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도 SMIC 등 현지 위탁생산 업체가 있지만 TSMC나 삼성전자처럼 초고성능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아직 버겁다. 샤오미나 오포 등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에서 반도체를 조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통신반도체 ‘엑시노스’ 납품을 요청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미국 눈치를 봐서 받지 않는 화웨이 물량을 삼성전자가 흔쾌히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도 미국발 화웨이 변수를 주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부터 가성비 좋은 화웨이 제품으로 국내 5G망 구축을 진행해왔다. 다만 장비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여서 미국이 추가 제재에 돌입해도 현재 추진 중인 망 구축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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