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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北, 훌륭한 경제 원한다면 핵 포기를"…군사옵션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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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브라이언 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현지시간) "북한이 훌륭한 경제를 갖기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이 22일 열린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핵 능력 강화'를 언급한 것이 무슨 신호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 갈등을 피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뛰어난 개인적 외교에 관여해 왔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이 세계에 다시 진입하고 훌륭한 경제를 갖기 원한다면 그들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대미 압박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핵포기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경제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셈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계속 대화할 것이고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매우 폐쇄된 사회를 다루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의 공개된 정보원뿐만 아니라 우리 정보기관 양쪽으로부터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24일 보도했다. '핵전쟁 억제력' 언급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압박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군사위에서 언급한 '핵 억제력 강화'를 두고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 직접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과시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북한은 현재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수개월 안에 진수식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도 6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현안 보고에서 신포조선소 잠수함 건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핵개발 진전 정황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24일 미국의소리방송(VOA)에서 인터뷰하며 북한 중앙군사위 회의 결과를 김 위원장이 미국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핵개발 정황을 일부러 드러내는 '가시적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변원자로의 재가동 준비, 우라늄 컨테이너 이동 장면 등을 미국 위성에 노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군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메시지가 나왔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은 20일 발표한 '2020년 사령관 구상과 의도' 문서에서 "미국의 경쟁자와 적들이 핵을 포함한 위협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적대국 위협에 맞서 전략적 억지력을 유지하되, '억지 실패 시 결정적 대응'을 위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 대응'은 선제공격 등 군사 옵션을 의미한다. 리처드 사령관은 적대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그동안 각종 보고서에서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북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해왔다. 이와 관련해 과거 행정부에서 북핵 특사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VOA 방송에서 "전략사령관이 메시지를 보내려는 대상은 적어도 두 곳이며, 북한이 그중 하나"라며 "북한의 향후 도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중앙군사위 개최 이후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은 한국 정부는 25일 북한이 언급한 핵전쟁 억제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당시 언급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직전 3차 확대회의 이후 약 5개월 만에 개최됐다"며 "지난해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바 있다"고 밝혔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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