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단계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26일 국무회의에서 "등교 개학이야말로 생활 방역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방역 전문가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는 등교 수업을 재개하다가 큰 희생을 치렀다. 폐쇄성ㆍ밀접성 같은 공간적 취약성이 뚜렷한 집단 대면 수업은 코로나19의 전파력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해외에서 우리의 등교 수업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등교 수업을 재개하는 것은 생활 방역의 성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활 방역은 일정한 위험을 감수ㆍ극복하고 일상과 경제를 이어가자는 뜻이다. '이태원 클럽 발' 7차 감염까지 발생하는 등 폭발적이지는 않으나 끈질기고 산발적인 지역사회 전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문을 연 학교가 청정지역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학생이든 교직원이든 학교 내에 환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확산 예방ㆍ대응 매뉴얼을 꼼꼼히 준비해둬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를 재빨리 찾아내 사회-학교의 연결고리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심리적, 정서적 대비도 해야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감염 자체보다 이에 따른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의심 증상이 있을 때 거리낌 없이 신고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비난이 아니라 격려와 배려의 대상이라는 점, 경미한 증상이라도 빨리 신고해야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그런 분위기를 확산 시켜 나가야 한다. 교육청, 질병관리본부 등 교육ㆍ방역 당국과 각급 학교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연락체계 구축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은 앞다퉈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영 짜임새가 없어 보인다. 교육부는 2단계 등교 수업이 시작되기 이틀 전에야 확산 우려가 큰 지역의 학교에 대해 등교 인원이 전체 학생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고 밝혔다. 격주제, 격일제, 2부제 등 형편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등교 인원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이나 대구, 경북 구미 등이 우선 적용 대상 지역이지만 전국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다른 지역 학교도 각자도생식으로 유사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혹여 방역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일선 학교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26일 오전에야 감염병 확산 시 교육청과 협의 후 등교 중지, 중학생 1학기 중간고사 취소, 야간 자율학습 금지 등의 대책을 내놨다. 상황이 워낙 복잡하고 가변적이어서 교육 당국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나 안정감 있고, 한 박자 빠른 조치로 학생과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길 바란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나라의 미래인 학생들과 유치원생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교육ㆍ방역 당국과 각급 학교, 교사, 학부모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학생을 직접 대면하는 교사는 '학교 방역 사령관'이다. 교사들은 등교ㆍ원격 수업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데다 휴식ㆍ식사와 같은 수업 외 시간의 감염 예방까지 책임져야 한다. 교육 당국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힘겹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철한 사명감과 굳은 의지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전국민적인 의료진 응원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선생님들의 차례이다.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과 노고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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