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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 “구조조정 인력 스타트업 육성 투입…일자리·상생·혁신 다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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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



“어려울 때 투자를 해야 합니다. 호황기 때 투자하면 이미 때가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는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산업생태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바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포스토 코로나 시대에 대해 “사회·문화적인 부분의 변화와 더불어 기업 환경도 급격하게 달라질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조업 기반 공유경제 오픈 이노베이션이 분명히 필요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유경제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도록 디자인부터 생산·품질까지 지원하는 일종의 협업 모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남동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인 파버나인은 금속표면처리 전문기업으로 정보융합부품 MC 우수회원사다. 1989년부터 31년간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2014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선정됐고, 이 대표는 인천지회장으로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독보적인 알루미늄 및 알루미늄 양극 후 처리기술을 보유한 파버나인은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감성품질’을 제공, 현재 삼성전자 등 글로벌기업 1차 협력사다. 올해 5월 GMP인증과 다년간 축적된 의료기기생산플랫폼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보유해 의료기기 3등급 인공호흡기 전공정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노다이징 금속표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아노다이징 도금기술 생산라인·시스템 구축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첨단화 및 장비 국산화에 기여하겠다”며 “지속적인 기술확보 노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의료헬스전문기업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中 제조업 굴기에 위기 닥치자 ‘품질’에 과감한 투자…금속소재 가공기술 국내 선두로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제조업이 몰려와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자 값싼 노동력을 찾아 수많은 제조업체가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시기 오히려 고품질을 위한 ‘투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다른 기업들이 ‘원가절감’에 집중할 당시 ‘감성품질’을 내세워 다품종·고품질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며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효율적인 설계와 아노다이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 다른 업체와 뚜렷하게 차별되는 품질 생산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대응이 현재 금속표면처리기업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공장 도입 결정도 과감히 내렸다. 2016년 광주사업장을 시작으로 송도의 의료기기 사업부 등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기업과 거래를 지속하려면 꾸준한 설비와 공정개선에 투자를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는 즉시 나타났다. 1인당 생산량이 36% 증가했고, 공정불량률은 50%나 감소했다. 파버나인은 이듬해 스마트공장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스마트공장 도입 성공사례를 다른 기업들에게 전수해주고 있다. 그는 “스마트공장을 추진하고 싶은데 고민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단, 단순한 견학만으로 노하우를 배울 수 없고, 아노다이징 설비를 눈으로 봐도 습득하기 어럽다. 그래서 우리 공정에 투입된 로봇이나 시스템 소스를 통해 다른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파버나인 광주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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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인력 구조조정 대신 스타트업 육성에 투입…일자리·상생·혁신 다 잡았다

파버나인은 2017년 이후 생산라인에서 유휴인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금속정밀가공 하이테크 기업으로 지정돼 법인세를 감면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생산라인을 호찌민으로 옮겼으나, 이 과정에서 인천 공장의 생산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영 안정성을 위해 인천 직원의 절반 이상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구조조정 시 1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성실히 일해 온 직원을 내보내고 싶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파버나인이 갖추고 있는 기술과 설비에 주목했다. 파버나인의 아노다이징 자동화 설비는 여러 제품을 동시 생산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구조조정 대신 ‘공유경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디자인·생산·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파버나인 직원들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기술력·경험·장비가 부족해 제품화에 어려움이 있는데, 기술력을 갖춘 파버나인이 제품화를 지원하다 보니 실패 확률이 낮아졌다. 이 대표는 “제조 경험 부족으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산업 공동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파버나인은 현재 의료·헬스 분야 유망 스타트업 5개사와 공동으로 ‘공유경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파버나인은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생산한다. 협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공유한다.

뼈아픈 구조조정 대신 ‘공유경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획기적인 경영기획으로 제조일자리 유지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으로 제조혁신의 모범사례를 만든 것이다.

이 대표는 “뛰어난 아이디어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생산 노하우가 부족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부품기획, 표면처리, 제조생산, 디자인, 설계 최적화까지 전 공정을 지원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이익을 공유한다”며 “스타트업과 파버나인은 수평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조 혁신모델을 구축해 고용을 창출하고, 직간접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국형 제조생산 플랫폼 구축…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대응

이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세계 산업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제조생산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제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스마트화는 생존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한국형 제조생산플랫폼을 구축해 코로나19 이후 산업변화 속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 간 필요한 부분을 전략적으로 협업해 나감으로써 한국형 모범사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유경제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이어 “끊임없이 닥친 위기의 순간마다 과감한 투자로 성과를 일궈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디지털 공정을 통한 한국형 제조일자리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관리·전문인력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철 기자 hsc329@ajunews.com

현상철 hsc3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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