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상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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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단 한번도 민주당 당적을 바꿀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민주당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입법부 최고명예'라고 불리는 국회의장에 오르면서 20년 민주당 외길의 결실을 봤다. 그는 지난 25일 민주당 당선인 총회에서 의장 후보로 합의 추대됐다. 의장자리는 원내 1당이 가져간다는 그간의 관례에 따라 박 의원은 의장석에 앉기까지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만 남겨두게 됐다.
그가 의장 타이틀을 따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국회의장에 도전했다. 전반기에는 정세균ㆍ문희상 의원에 이어 3위에 그쳤고 후반기에는 문 의원과 양자대결에서 패했다. 21대 국회를 앞두고는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김진표 의원을 경쟁 상대로 만나면서 이번에도 힘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삼수생' 박 의원은 절박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호남ㆍ충청 등을 돌며 당선인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21대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는 직접 쓴 손 편지를 보내거나 의원들에게 케이크를 선물하며 의장 선거에 공을 들였다. 이후 경선을 벌일지 합의 추대로 갈지 김 의원과 담판을 벌였고 결국 김 의원의 양보를 얻어내면서 의장 자리에 앉게 됐다.
대전 태생인 박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다. 대전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 경제부장과 홍콩 특파원을 지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박 의원이 정치권에 들어오기까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은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수행 기자로 DJ와 동행하면서 연을 맺었다. 이후 DJ가 직접 전화를 걸어 대변인을 맡아달라고 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당선자 총회 인사말에서 "돌이켜보면 20년 전 많은 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불모지인 대전, 그것도 험지인 지금 지역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며 정계 입문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자유민주연합의 요청에도 민주당에 당당히 깃발 꽂은 것은 제 정치이념과 정책이 민주당과 맞았기 때문"이라며 "보람도 있었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국회 내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정평이 나 있다. 초선때는 국회와 지역구를 오가며 4년 간 기차를 700번 이상 탔다고 한다. 지역구 관리도 철저하게 임했다. 17대 국회에선 당시 열린우리당 신행정수도 건설위원장을 맡아 충청권 주요 이슈인 행정수도 문제에 관여하는 등 지역구민들의 신뢰를 쌓아갔다. 18대 총선에선 당시 통합민주당 열세 국면에서도 대전에서 유일하게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 의장·부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21대 전반기 국회 의장과 부의장으로 단독 추대된 박병석 의원과 김상희 의원이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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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원내 보기 드문 '외교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 홍콩특파원 시절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취재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50일 넘게 베이징 현지에서 자오쯔양 전 공산당 총서기의 구금 사실을 특종한 공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박 의원은 중국을 잘 아는 '중국통'으로 평가 받는다. 2017년엔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 차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빚어졌던 갈등을 해소코자 노력했다. 또 같은해 한반도평화번영포럼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가 자민당 의원들과 한반도 정세와 북일 관계를 논의하는 등 폭넓은 외교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주변국과의 다방면 협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그의 활약에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177석의 '슈퍼 여당'과 103석으로 줄어든 제1야당이 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20대 국회는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반복하며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안았다.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법안이 1만5000여 건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1대 국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요구된다. 20대 국회의 과오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품격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국회개혁 태스크포스(TF)를 즉각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한달에 2번 열도록 하겠다"며 '일하는 국회'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또 자신의 출신지와 관련한 위트 있는 농담과 함께 의장직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의장단이 충청권으로 채워져 회의 진행이 늦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데, 걱정하지 마시라. 19대 국회에서 부의장 할 때 내 진행속도가 30% 빠르다는 통계가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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