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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백인 경찰 가혹행위’ 흑인 사망에…대선 쟁점으로 부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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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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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미국 중북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씨가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자 하루 뒤 미 전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2월 조깅 중 도둑으로 오인 받아 백인 부자(父子)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25)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터라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식당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플로이드 씨는 이날 오후 8시경 길거리에서 위조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경찰의 제압을 당했다. 한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백인 경찰은 “숨을 쉴 수 없다. 제발 날 죽이지 말라”는 플로이드씨의 호소에도 아랑곳 않고 그의 목을 자신의 무릎으로 거세게 짓누른다.

주변 행인들이 “사람을 죽일 셈이냐. 코피를 흘린다” “무릎을 치우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은 플로이드 씨가 말을 한다며 “말을 할 수 있으니 숨도 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로이드씨는 어머니를 부르면서 “전신이 아프다”고 절규했지만 경찰은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땅바닥에 얼굴이 짓눌린 채 의식을 잃은 플로이드씨는 이날 오후 9시25분경 사망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위조 범죄가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용의자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지만 저항했다”며 사망 원인이 의료사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플로이드씨의 사망으로 파장이 확산되자 26일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의 면직을 발표했지만 당국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6일 밤 미니애폴리스 등 미네소타 전역에서는 거센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플로이드씨의 마지막 말이었던 “숨을 쉴 수 없다”는 문장을 구호처럼 외쳤다. 경찰을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에 빗대거나 ‘살인자 경찰을 감옥에’란 팻말도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서 유리창을 깨고 경찰차를 파손했다. 경찰 역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와 맞섰다.

야당 민주당은 유색인종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권 후 유사 사고가 늘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2014년 뒤에서 목을 조른 경찰관에 의해 숨진 뉴욕의 흑인 남성 에릭 가너 사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가너씨도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경찰관이 풀지 않았고 결국 숨졌다.

이번 사태가 11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마이카계 흑인과 인도계의 혼혈인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흑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구조적인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외쳤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 역시 “경찰은 최소한의 인간성을 상실했다. 미국에서 흑인이라는 게 더 이상 사형선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16일 아버리 사건을 언급하며 “일부 미국인은 조깅을 하러 나온 흑인이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그를 총으로 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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