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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 ‘4대강 고발 영상 금지’ 선관위의 편파행정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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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뉴스][오래 전 ‘이날’]5월28일 ‘4대강 고발 영상 금지’ 선관위의 편파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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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습지는 낙동강 중·상류 지역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 구담교와 광덕교 사이 4㎞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희귀 동식물이 대거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 피라미·납자루 등 토종어류가 수초와 수변식물, 유속이 빠른 여울과 느린 웅덩이 사이를 오가며 살던 곳이다. 황조롱이·수달·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하지만 구담습지의 그런 모습(위·2009년 7월 촬영)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습지 주변은 공사장 트럭과 중장비들이 다니는 황톳길로 변했다(아래·2010년 5월 촬영). 김세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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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으로 파괴된 구담습지의 모습. 김세구 선임기자


“4대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진 모습을 트는 것은 선거의 쟁점이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상영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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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대강사업으로 전국 곳곳의 하천이 파괴되고 있을 당시 위와 같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친 곳은 바로 선거에 있어 어느 기관보다 더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사회면에 시민단체의 4대강 관련 콘서트에 대한, 선관위의 이상한 잣대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같은날 1면에는 경향신문이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기획한 ‘4대강에 무슨 일이···’ 연속보도 중 두번째인 ‘파괴되는 안동 구담습지’의 모습도 실렸습니다. 전국의 수좌 스님들이 전날인 27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기사도 1면에 함께 보도됐습니다. 수좌 스님은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 즉, 수도승들을 말합니다.

중앙선관위의 행태를 경향신문이 편파적이라고 지적한 이유는 시민단체가 4대강사업에 대해 고발하는 영상은 금지했지만 반대로 정부가 만든 4대강사업 홍보책자는 버젓이 공공기관에 배포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2010유권자희망연대에 따르면 선관위는 그해 5월 29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릴 예정인 ‘생명과 평화를 위한 콘서트-강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4대강이 파헤쳐진 모습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중지하도록 통보했다.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콘서트’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학자·종교인·시민단체들의 제안으로 시작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후원하는 행사였습니다.

선관위의 통보에 대해 콘서트 시민추진위원회는 “선관위가 4대강 영상 상영을 막는 것은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잣대를 들이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행사의 추진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게다가 선관위는 추진위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콘서트 준비 소식을 따로 모니터링해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단체의 4대강 관련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선거법을 빌미로 사실상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감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선관위가 정상적인 업무 범위를 넘어서 정권에 충성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입니다.

게다가 선관위는 정부에 대해 4대강 홍보를 자제하라는 권고만 했을뿐 정부의 4대강 홍보책자가 배포, 비치되는 것은 방치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정부가 제작한 4대강 홍보책자가 충북의 우체국에 비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던 것입니다. 우체국에 비치된 책자들은 환경부가 제작한 ‘행복 4대강 Q&A’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발간한 ‘4대강 특별호(2010.05.) 공감’ 등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진보연대는 “거리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탄압하는 선관위가 우체국에 정부 책자가 쌓여 배포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며 4대강 홍보잡지를 버젓이 내놓는 정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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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억누르고, 4대강 홍보는 사실상 허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선관위는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안타깝게도 과거와 같은 정치적 편파행정은 줄어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시민들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KBS가 지난 5일 보도한 ‘비엔나 커피 아니고 멜랑쥐 커피…패키지 여행이 선관위 국외연수?’ 기사에 따르면 선관위는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직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공개할 수가 없었던 것이 출장이라기보다는 외유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KBS가 정보공개청구로 선관위 출장 보고서를 받아봤더니 일부 출장은 사실상 해외 관광 수준이었는데 아예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 유럽 여행을 한 경우도 확인된 것입니다. 아예 기관 방문을 안 한 경우도 많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표절한 보고서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KBS 보도를 통해 다시 조명을 받긴 했지만 선관위 직원들이 세금으로 국외 출장을 가서 실제 출장 목적에 부합하는 일정은 거의 없이 관광만 하다오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국정감사 때마다 선관위의 직원 해외연수가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같은 행태를 반복해온 것입니다.

선관위 직원들의 무책임한 모습은 세계 각국의 선관위 직원들과 취재진이 몰렸었던 2012년 미얀마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 오랫동안 가택연금 상태였던 아웅산 수지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참여하고, 미얀마 군부가 민주적인 선거를 보장한다고 밝히면서 세계 주요 언론이 미얀마에 취재진을 파견했고, 경향신문도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현장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가들에 선거 참관단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한국에서도 2명의 선관위 직원이 파견됐습니다.

그런데 미얀마가 수십년 만에 민주주의의 길을 다시 개척하려는 중요한 선거를 치르고 있음에도 현장에 파견된 미얀마 직원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통역조차도 구해놓지 않아 경향신문 취재진의 통역을 맡은 이에게 의존하면서 사실상 취재를 방해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나중에 경향신문에 기사를 보고 출장 보고서를 써야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숱한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고, 직원들이 해외연수를 외유성으로 다녀오도록 허용한 조직 문화가 있었던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시민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도 달라지지 않았던 선관위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요. 스스로 자정할 능력이 없다면 외부 감사 등의 적절한 개입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곧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가 선관위의 무책임한 행태를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해 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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