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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가 만든 온라인 성인 재교육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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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재조명받는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 플랫폼
지속가능성 의심 받았다 때 아닌 "르네상스" 맞아
최근 두 달 ‘코세라’ 1000만명 신규 가입… 작년 7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술 관리직에 종사하는 샌딥 굽타(Sandeep Gupt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대량실직 사태를 보며 강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자신도 언제 똑같은 처지가 될지 모르는데다 결국 살아남는 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자신의 커리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강좌에 등록했다.

#미시건주 한 병원 응급실 전문의인 로버트 데이비슨(Robert Davidson)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계기로 미국 공중보건 인프라의 취약성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봤다. 관련 전문가가 턱없이 모자랐고 의료 현장은 매일같이 속수무책으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데이비슨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똑같은 사태가 반복됐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공중보건 관련 석사 학위를 따는 온라인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세가 된 원격 학습은 초중고생, 대학생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개월 사이 성인 수백만명이 온라인 수업에 등록했다"며 "수년 간 침체기를 겪었던 온라인 수업이 새롭게 부흥하는 ‘르네상스’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선비즈

/코세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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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타와 데이비슨이 이용하는 강의 플랫폼은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 ‘MOOCs(무크·Massively Open Online Course)’의 한 종류인 ‘코세라(Coursera)’다. 무크는 수강인원에 제한 없이(Massive), 모든 사람이 수강 가능하며(Open), 웹 기반으로(Online) 이뤄지는 강좌(Course)를 일컫는 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세라는 지난 3월 중순~5월 중순 사이 약 10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받았다. 작년 같은 기간의 증가수보다 7배 많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벌어지기 전 IT 및 교육업계는 올해 코세라가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만 놓고 보면 그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다른 무크 플랫폼인 ‘에드엑스(edX)’와 ‘유다시티(Udacity)’도 규모는 코세라에 못 미치지만 비슷한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다시티의 창립자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회장은 "지금의 위기가 온라인 학습에 최고의 기회"라며 "관련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무크 플랫폼은 약 10년 전 대학 강의의 실험으로서 등장했었다. 당시 전통적인 고등 교육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원격 수업에서 초중고생들이 겪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화면이 주는 피로감과 산만한 집중력이 한계로 지적됐고, 실제 전 과정을 끝까지 수료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유다시티는 2018년 운영 자금이 바닥 나 직원 절반을 감축하는 등 지속가능성이 의심받기도 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결과적으로 무크에 ‘약’이 됐다. 수많은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어떻게 하면 현장 강의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모든 코스를 마치게 할 지 학습한 것이다. 예컨대 온라인 강의 안에 6분 이하의 짧은 영상을 담는다든가 중간 중간 퀴즈를 통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는 것보다 일정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증명서와 같은 보상을 주는 것도 수료율을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이었다. 보통 무료 과정을 밟는 수강생은 10% 미만의 수료율을 기록했지만 유료 과정이나 학위를 수여하는 강좌는 적게는 40%에서 최대 90%까지 수료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의 인기 과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프 매기온칼다(Jeff Maggioncalda) 코세라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사태가 발생해도 근무 연속성에 지장 없는 IT 기술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구직 시장에서의 수요가 큰 관련 업종의 콘텐츠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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