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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반려견 목줄’ 소동의 흑인 남성 “백인 여성 해고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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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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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보호구역에서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의 충고에 기분 나빠 언쟁을 벌이고 휴대전화로 촬영한다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너무 흥분해 반려견 안전 따위는 아랑곳 않는 모습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해야 했을까?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시덤불 지대를 거닐던 탐조(探鳥) 애호가 크리스천 쿠퍼는 공교롭게도 성(姓)만 같은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가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것을 보고 타일렀다. 그녀의 반려견이 덤불을 마구잡이로 헤집으면 새들의 휴식을 방해할 수 있어 크리스천은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에이미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해서 휴대전화로 그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에이미는 더욱 흥분했다. 당장 촬영을 그만 두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다가왔다. 크리스천은 가까이 오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에이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압박했다. 크리스천은 겁이 났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 공원에서 백인 여성을 공격하려 한다고 신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상상되기 때문이었다.

해서 제발 경찰 신고만은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끝내 에이미는 경찰에 신고했다. 다행히 언쟁은 끝났고 누구도 체포되지 않고 일단락된 것 같았다.

크리스천은 여동생 멜로디에게 이 일을 얘기해줬다. 멜로디는 잔뜩 흥분해 오빠가 촬영한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7일 아침까지 3900만명이 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에이미는 반려견을 동물구조센터에 빼앗겼고, 직장인 글로벌 투자회사 프랭클린 템플턴으로부터 해고됐다.

크리스천은 28일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이 젊은 여성의 삶이 완전히 찢겨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또 에이미가 또다른 혐오에 희생되는 것 같다며 그녀는 단지 과도하게 흥분했을 뿐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오히려 감쌌다.

그는 앞서 NBC 뉴욕과의 인터뷰를 통해선 최근 조깅 중 강도 용의자로 몰려 부자에게 총격 살해된 아머드 아버리 사건을 떠올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흑인 남성, 흑인에 대해 갖는 생각 때문에 총을 겨누는 아머드 아버리 시대에 살고 있다. 난 그런 것에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에이미는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겁먹어 자신이 과잉반응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NYT의 발언 요청은 거절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건 당일 NBC 뉴욕에 “동영상을 본 모든 이에게 겸허히 전적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경찰에 의해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내가 경찰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난 은혜를 받은 사람이다. 난 경찰을 일종의 보호 대리인으로 생각했는데 불행하게도 이 나라의 많은 이들은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에이미는 CNN 방송에는 “난 인종주의자가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그 남자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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