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매번 충돌 "G7은 아주 구식"
"韓·호주·인도·러시아 9월 G11에 초청"
"전통적 동맹 모여 미래 중국에 대처"
"홍콩 특별대우 박탈"이어 외교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민간 우주여행사 '스페이스 X'의 첫 유인 우주선 발사 현장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한국·호주·인도 등을 초청해 9월 G11 회의를 열겠다"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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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구식' G7(선진 7개국) 정상회의 대신 "올해 9월 한국을 포함한 G11 정상회를 열어 중국의 미래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호주·인도 등 전통적 동맹을 추가한 새로운 G11 회의로 G2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전날 "홍콩의 특별대우를 박탈하겠다"며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보복 조치를 쏟아낸 데 이어 국제 사회에서 중국 봉쇄 전략을 본격화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 X' 발사를 지켜본 뒤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오는 6월 미국에서 열기로 예정된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한국, 호주, 인도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G7이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매우 시대에 뒤떨어진 국가들의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는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호주를 원하고, 인도를 원하며, 한국도 원한다"며 "이들은 아주 좋은 나라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략 G10 또는 G11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전통적인 동맹국이 한 데 모여 중국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7은 1977년 시작한 미국과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선진 7개국 회의다. 1998년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포함하는 G8이 됐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점령으로 참가자격을 박탈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이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에 끝내 승인을 거부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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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하지만 "주최국 대통령으로서 게스트 자격으로 원하는 나라 정상을 초청할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G11 회의체로 바꾸는 건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를 다시 가입시키려면 G7 나머지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로 초청하는 나라의 정상들과는 이미 논의를 했다"며 "9월 15일 시작하는 뉴욕 유엔총회 즈음에 열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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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무역·금융허브 시한부 운명…트럼프 향후 행정명령에 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왼쪽)이 배석한 가운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폐지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포함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무더기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홍콩 특별대우 폐지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을 뿐 관세·금융·비자 등 특별대우를 한꺼번에 박탈할지, 단계적인 조치를 밟을지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향후 행정명령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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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11 구상은 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된 시점에 맞춰 나온 것이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을 '일국체제'로 대체했다"며 "행정부에 홍콩에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범죄인 인도 조약 등 거의 예외 없이 홍콩과 맺은 모든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콩을 나머지 중국과 별개의 관세 및 여행 지역으로 우대했던 것도 폐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의 5대 수출 대상국. 그래픽=신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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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별도로 홍콩 보안법 부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중국과 홍콩 관리 제재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홍콩 특별대우 박탈을 포함한 무더기 보복 조치의 세부 시행 일정과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당장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대학원생·연구원의 유학생·방문학자(F 및 J) 비자를 중단하는 조치가 유일하다.
이를 놓고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수출통제와 관세 대우, 비자와 다른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지만, 상세 내용이 없이 중국과 홍콩 미국 기업들에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도 트위터에 "향후 조치에 따라 대단히 파괴적일 수 있고, 제한적 결과일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홍콩 특별대우 박탈은 우리나라 무역에도 파장이 큰 사안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계무역 기지인 홍콩은 지난해 기준 우리가 319억1000만 달러를 수출한 4대 수출 대상국이기 때문이다. 이중 반도체만 222억8700만 달러(27조573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17.3%를 차지한다. 상당량은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가기 때문이다. 홍콩이 금융허브 기능을 상실할 경우에도 중국에 대한 유동성 공급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망에 연쇄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것처럼 홍콩 무역 등 특별대우를 전면 박탈할지, 박탈한다면 120일이든 180일이든 시한을 줄지를 포함해 앞으로 세부 행정명령 내용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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