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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백악관 경호차량 부순 시위대 “트럼프 집권뒤 인종차별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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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흑인사망’ 시위 확산]

백악관 코앞에서 “살인자” 함성… LA선 경찰차 방화-고무탄 대응

미네소타 등 12개州 방위군 배치… 오바마 “정상 사회로” 차별해소 촉구

동아일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통령 비밀경호국(SS)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페인트로 낙서하고 있다. 일부는 차 위에 올랐다(위 사진).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후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29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 남성이 의자로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있다. 워싱턴·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살인자들(killers)!”

31일 새벽(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17번가를 찾았다. 주변 경찰차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쓰인 원색적 욕설이 가득했다. 주변 상점도 시위대가 던진 돌에 유리창이 깨지거나 화염에 휩싸였다. 한 여성은 “경찰이야말로 하찮은 존재다.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 외쳤다. 분노한 시위대는 무장 경찰과 몸싸움을 마다 않고 백악관 쪽으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46)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 격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 투입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지만 상당수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인종 차별이 심해졌다”며 분노를 표했다.

다른 시위대는 대통령 비밀경호국(SS)의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차 위에 올라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정의 없이 평화도 없다” 등을 외쳤다. 최대 도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하자 시위대가 물병을 던지고 경찰은 체포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경찰차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취재진에도 위협을 가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기자는 워싱턴에서 시위대에 물세례 봉변을 당했고 이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시위대는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본사에도 몰려와 폭발물과 돌을 던졌다. 본보 기자 역시 취재 중 손가락을 들면서 위협하는 시위대를 만나 잠시 취재를 중단했다.

시위가 플로이드 씨 사망에 대한 항의를 넘어 약탈, 폭동 등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감지된다. 지난달 30일 밤 ‘명품 거리’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는 구찌 등 명품 매장들이 폭도들에게 약탈당했다. 매장 창문에 ‘망할 자본주의’(F*** Capitalism) ‘부자를 없애라’(Eat the Rich)란 문구도 등장했다. 아디다스, 스타벅스 매장도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일부 시민은 루이비통 매장에서 고가 가방을 약탈했다. 누리꾼들은 “이런 몰상식한 행위는 고인(故人)을 두 번 죽인다”고 비판했다. 미니애폴리스에 본사가 있는 대형 소매체인 ‘타깃’은 “시위로 미 전역에서 175개 매장을 일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주요 주(州) 정부와 시 당국은 비상사태 선포 및 주 방위군 배치에 나섰다. 미네소타, 조지아, 오하이오 등 12개 주에 주 방위군이 배치됐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30일 오전에는 방위군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시위가 격렬해지자 몇 시간 뒤 “500∼700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건 발생지인 미네소타주는 당초 700명의 주 방위군을 투입했지만 시위 확산을 우려해 25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미네소타 주지사의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연방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의 아이들이 최고의 이상을 실현하는 나라에서 자라기를 원한다. 플로이드의 사망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인종차별 해결을 촉구했다. 또 “비정상적 사회를 정상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시위 현장에서 지금까지 최소 5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의 계약직 보안요원 1명이 총격으로 숨졌고, 다른 직원은 중상을 입었다. FBI는 ‘국내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는 21세 남성이 신원 불명의 용의자 총탄에 맞아 숨졌고 미니애폴리스 한 전당포에서는 시위대로 추정되는 1명이 전당포 주인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돌에 경찰관 5명이 다쳤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 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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