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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바이든 ‘인종차별 반대’ 원론 그쳐…제도적 개선책 요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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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적 갈등 폭발 속 존재감 낮은 바이든 ‘대선 불안불안’

오바마 등 민주당 정권서도 인권 제자리…흑인 유권자들 냉담

형사사법개혁 우선 과제 꼽혀…근본 해법은 경제 불평등 해소



경향신문

시위 현장 찾아 ‘무릎’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에게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조 바이든 페이스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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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까지 엿새째 이어졌다. 인종갈등을 악화시키고 폭력을 부추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증오 정치’에 대한 비난도 커졌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갈등이 폭발했는데도 민주당과 ‘진보파’들의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자제하던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메시지를 내놓는 데 그쳤다. ‘반트럼프 구호’를 넘어 인종차별을 해소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31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확산과 고착화된 불평등을 언급하며 “야만성에 항의하는 것은 옳고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사회를 불 지르고 불필요하게 파괴하는 방식은 아니다”라면서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 바이든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시위 현장을 찾았고, 이번 사건의 방아쇠가 된 플로이드의 유족을 만났다고 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고, 어떤 정치인들보다 인지도가 높다. 그럼에도 존재감은 낮아, 좋은 뉴스로든 나쁜 뉴스로든 언론 노출이 큰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부각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흑인들과 히스패닉 등 비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지지가 훨씬 높지만 종종 말실수로 표를 까먹곤 했다. 지난달에도 “나와 트럼프 중 누구를 지지할지 모른다면 흑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 구설에 올랐다.

미국 전역으로 퍼진 시위를 계기로 바이든이 흑인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나 번번이 계속되는 백인 경찰의 흑인 차별과 과잉진압을 막을 제도적 개선책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지친 흑인 유권자들은 ‘정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보다 더 큰 변화를 원한다”며 냉담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53%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의 43%를 크게 앞섰으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11월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는 84%인데 바이든 지지자는 68%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지지자들, 특히 비백인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기울어진 시스템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흑인 유권자들의 냉담한 태도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해 역대 민주당 정권에서도 흑인 인권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30일 트위터에 플로이드를 비롯해 경찰 폭력으로 숨진 흑인 6명의 이름을 열거하며 추도했다. 그중 3명은 오바마 정부 시절의 희생자다.

당장 시급한 제도적 조치로는 형사사법개혁이 꼽힌다. 바이든 캠프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지난달 13일 형사사법개혁, 기후변화, 경제, 교육, 보건의료, 이민 6개 분야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샌더스 의원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은 흑인에게 불리한 양형기준을 바꾸고 민영교도소를 폐기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면책특권’을 완화하는 등의 형사사법개혁을 촉구해왔다. 문제는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가 이런 의제를 주도하며 해결책을 밀어붙일 정치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금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설계한 상원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바이든은 체계적인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선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줄일 해법도 내놔야 한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시카고의 경우 흑인 인구가 전체의 30%인데 이 지역 코로나19 감염자의 52%, 사망자의 72%가 흑인이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통상 흑인 실업률은 백인의 2배 정도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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