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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포기하고 LNG·풍력하라니… "두산重 죽일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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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은 잘하는 것 집중하게 돕는 식이어야
"경쟁력 부족한 LNG나 풍력사업 하라 내몰면 좀비기업 될 것"

정부가 신규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두산중공업(034020)에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를 주문한 것과 관련, 두산중공업의 사업 개편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이러한 조건과 함께 1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앞서 지원하기로 한 2조4000억원을 포함해 3조6000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공식적으로는 사업 개편이 두산그룹의 의지라고 밝히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은 유동성을 보고 있을 뿐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는 두산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산은은 신재생에너지 업체로의 전환과 관련해 언급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산은이 기존 석탄과 원전 사업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적 구조조정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두산중공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자립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이 분야 또한 경쟁이 치열해 두산중공업이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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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두산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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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重, ‘원전→가스터빈·풍력’ 전환한다"

두산중공업은 크게 LNG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전망이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는 "가스터빈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를 비롯해 수소 3D 프린팅 등의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이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초석을 구축하고 있긴 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했고, 같은 해 풍력발전 분야 국제 인증기관인 ‘UL DEWI-OCC’로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5.56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에 대한 형식인증을 따낸 바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가스터빈 사업은 부품 교체 및 유지보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끌어낼 수 있다. 풍력 발전분야 역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국내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트랙 레코드 없는 두산, 검증 기간에만 10년은 소요될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무리하게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두산중공업은 결국 원전 대신 가스터빈과 풍력 발전 사업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발상 자체가 환경의 절박한 요구나 시장의 필요에서 나온 게 아니라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이념에서 출발한 것이라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원전 설비 기술을 가진 두산중공업을 왜 이렇게 망가뜨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 설비 분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지난 30년 동안 관련 기술을 쌓아오면서 국내 원전 발전 부문에서 10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도 원자력 부문이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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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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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전 기술 대신 두산중공업이 추진하는 가스터빈 사업은 당장 수익조차 내기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3대 기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의 70% 이상을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두산중공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운용 데이터인 ‘트랙 레코드’도 없는 상황에서 과점 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세계 풍력 발전 시장 역시 미국, 독일, 일본, 덴마크 등이 꽉 잡고 있고, 장비 수익성 부문에서도 기술 격차가 현저히 크다고 설명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GE, 지멘스, MHPS는 모두 수십 년간 기술을 축적해온 기업들이다. 이제 막 시작한 두산중공업이 이들과 경쟁하긴 쉽지 않다"며 "트랙 레코드까지 포함해서 최소 10년은 현장 검증을 거쳐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텐데 경쟁 업체에서 덤핑으로 대응한다면 그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원전 기기를 생산하던 회사에 업종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가스터빈이나 풍력 발전기 제작 기술은 기존 두산중공업이 하던 일과 소재나 기술력 면에서 전혀 다르다. 피아니스트한테 갑자기 수영 대회에 나가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육성하는 또 하나의 신규사업인 풍력 발전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풍속이 느리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는 등 24시간 연속운전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도에선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 과부하를 막기 위해 풍력발전 설비를 강제로 멈춰세우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산지·해양 환경 파괴 등의 문제로 지역 주민들 반발도 심하다.

◇ 두중 사업 개편 필요한 것은 사실… "문제는 속도"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두산중공업은 화석 연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었다. 일각에서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가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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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예정지 뒤편에 보이는 것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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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산중공업도 할 말이 있다. 이전 정부에선 원전 투자를 늘리라고 했다가 갑자기 현 정부 들어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뒤집히면서 직접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의 주기기 공급업체였던 두산중공업이 투입한 5000억원은 공사가 보류되면서 묶여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금을 조달해줄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면 국책은행의 지원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가스터빈·풍력 사업을 키울 거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관련 기술 개발·검증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범진 교수는 "신한울 원전 건설 사업만 재개해도 두산중공업이 외부 수혈 없이 약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사업 구조 재편 등 재도약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공적 자금 투입은 결국 두산중공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태로 회생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며 "그런데 지금처럼 풍력 등 수익성이 불투명한 비현실적인 사업 구조로 두산중공업을 개편한다면 결국 ‘좀비기업’ 만드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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