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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989년 천안문은 지금의 홍콩"…中대사관 끝내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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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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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중국 '6·4 톈안먼 민주화운동' 31주기인 4일 오전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한국·홍콩 민주동행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홍콩 국가보안법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04. dadaz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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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세계 정세는 일대 변혁기였다. 사회주의 공산권 국가 맏형인 소련이 흔들리면서 동유럽에선 '철의 장막'이 걷히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미소 정상이 만났다. 냉전이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 해 봄 중국인들도 천안문 광장에 모였다. 민주화와 개혁을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자유가 아닌 총과 탱크였다. 중국 현대사의 비극인 천안문 사태다.

세계 각국에선 매년 천안문 사태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다. 4일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도 한·홍민주동행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의 활동가들이 모여 천안문 사태 31주기를 추모했다. 2020년의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가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상현 한·홍민주동행 활동가는 "중국에서는 (아직도)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물론 인터넷 검색도 제한된다"며 "(천안문 사태는)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9년의 비극에도 "중국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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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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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선 변화가 있었을까.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홍콩인 주디씨는 "천안문 사태 이전의 중국은 (오히려) 개방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변했고, 이제는 누군가가 신고할까봐 이야기할 수조차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홍민주동행은 성명을 내고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중국 정부의 인권 의식은 31년 전보다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한 보다 강력한 국가통제와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최초로 알린 의사 리원량을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학자, 기업인들이 다수 체포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후 사회 통제와 검열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1989년 천안문 광장은 2020년 지금의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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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AP/뉴시스]2019년 6월4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천명이 모여 톈안먼(天安門)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사태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홍콩은 중국 통제를 받는 곳 중 유일하게 톈안먼 희생자를 공개적으로 추모해왔다.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올해 추모집회를 불허했다.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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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요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상현 활동가는 "1989년 중국의 천안문 광장은 2020년의 홍콩"이라며 "중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홍콩 시민의 자유와 인권, 홍콩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디씨는 "홍콩인들은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 홍콩이 중국과 똑같이 (통제 당할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그래서 점점 더 많은 홍콩인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6월부터 한국에서 관련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디씨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중국에선 토론할 수 없지만 홍콩에선 매년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배웠다"며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 나중에는 홍콩인으로서의 자유나 (배움의) 기회가 없어질 것이다. 내 다음 세대는 (천안문 사태를) 알 수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답없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 '한 송이 국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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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민주동행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의 운동가들이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놓은 하얀 국화꽃. 천안문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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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모인 활동가들은 홍콩 국가보안법 저지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천안문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왕단 다이얼로그 차이나 소장은 서신에서 "(천안문 사태는) 중국 역사에 있어 큰 상처였다"며 "한국에서 (이를 추모하는) 행사를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중국의 민주적 발전을 지지해 달라"고 밝혔다.

상현 활동가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장하기는커녕 보다 강경한 통제와 탄압을 자행하는 중국과 홍콩 정부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를 표하고, 중국과 홍콩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연대 의사를 표하자"고 호소했다.

활동가들은 서한문과 함께 하얀 국화꽃을 중국 대사관 앞에 전달했다. 천안문 사태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꽃이었다. 하지만 붉게 칠해진 중국대사관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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