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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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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해공원"…전두환 아호 딴 명칭 갈등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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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명칭 변경 뒤 13년째 찬반 논란…"지금이 명칭 바꿀 적기"

연합뉴스

일해공원 전두환 친필 표지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합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어디에 가서 합천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고 말하기가 창피합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올바른 역사가 무엇인지, 참된 도리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시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2007년 일해공원 명칭 확정 당시 합천 소재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 학생회장이 심의조 합천군수에게 쓴 인터넷 편지의 한 대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에서 따온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13년 동안 이어지고 있으나 제자리걸음만 할 뿐 아무런 진척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5일 합천군 등에 따르면 일해공원은 합천읍 황강 주변 5만3천724㎡ 일대에 총사업비 68억여원이 투입돼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다.

이후 2007년 군은 군민 공모·설문조사 등을 거쳐 공원 명칭을 전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꾸었다.

또 얼마 뒤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을 공원 입구에 설치했다.

이 표지석 뒷면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일해공원은 명칭 변경 당시부터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다.

당시 경남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도민 65% 이상이 일해공원 명칭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합천군민도 46% 이상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경남 내에서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전두환(일해)공원 반대 경남대책위' 등 시민단체까지 결성됐으나 군은 명칭 변경을 강행했다.

군은 전 전 대통령의 고향 합천에서 그의 지역발전 공헌을 기리며 대외적으로 지역도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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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공원 전두환 친필 표지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공원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이후로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07년 시민단체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상영회를 일해공원에서 개최해 보수 성향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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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 입간판 뺏기 몸싸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후에도 매년 5·18 단체를 중심으로 명칭 변경 요구가 있었으나 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근에도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며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명칭 변경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역사의 퇴보'라며 5·18 40주년을 맞아 군도 달라진 시대상과 여론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수많은 사람을 살상해 전직 대통령 예우까지 박탈당한 사람을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기념하는 행위는 보편적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민중당 경남도당 석영철 위원장은 "지금 전 전 대통령 행보만 보더라도 용서하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광주 학살에 대한 반성 없이 추징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의 아호를 따 공원 명칭을 변경하고 표지석까지 세워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됐는데 군비를 들여 표지석까지 세워준 것도 문제"라며 "5·18 4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전두환 흔적 지우기'가 한창인데 합천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 박영주 부회장은 "합천 내부적으로는 일해공원 명칭을 유지하는 게 홍보 등 목적에 조금 이득일 수 있겠으나 경남과 국민 전체로 보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일해공원 명칭이 합천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5·18 40주년을 맞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군은 당장 명칭 변경과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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