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우리 목에서 무릎을 떼라"…8분46초, 미국은 소리없이 울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흘째 계속된 4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게 목 졸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추모식이 엄수됐다.

흑인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이유는 당신들이 우리 목을 계속 눌렀기 때문"이라며 "조지의 이름으로 일어나 '우리 목에서 무릎을 떼라'고 외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프턴 목사는 "어느 시대에 우리는 노예제나 투표권에 맞서 싸웠다"며 "지금은 경찰과 형사 제도를 다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한 1963년 평화시위 57주년을 맞는 8월 28일 워싱턴DC에서 대규모 가두 행진을 하자고 제안했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8월 24~27일에 예정돼 있다.

시민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날 추모식에는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해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어진 조사에서 유족 변호사인 벤저민 크럼프는 "플로이드를 죽인 것은 인종주의와 차별의 팬데믹이었다"고 강조했다. 부검 결과 플로이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다.

이날 추모식에선 플로이드가 목이 졸린 시간과 같은 8분46초간 묵념이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시민들은 시위 현장에서 묵념에 동참했다. 미니애폴리스 시장과 경찰서장은 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날 추모식에 이어 플로이드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퍼드(6일)와 그가 주로 살았던 텍사스주 휴스턴(8일) 등에서 두 차례 더 추모식이 개최되며, 9일 휴스턴에서 비공개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추도식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반면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트위터를 통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자신을 공개 비판하고 이날 공화당이 이에 동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의 트윗'을 날렸다. 앞서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은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에서 지지할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매티스 장군의 말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에 열릴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선거를 거론하며 "머카우스키 낙선 운동이 벌어질 것"이라며 "어느 후보가 나오든 내가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경찰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데 대해 "나는 정반대로 법 집행을 위해 증액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군 동원 방침에 반발한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이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는 데 특히 격분했다"고 전했다. 즉흥 발언이 아니라 작심하고 준비한 발언이라는 데 주목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 경질을 위해 후임 국방장관 후보 명단 제출까지 지시했으나 참모들이 만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브래드 파스칼 선대본부장,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 등과 11월 대선 전략을 논의하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고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 일각에서는 시위 강경진압 방침이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주변은 경계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왕궁처럼 요새화됐다"며 "백악관은 1792년 주춧돌이 놓인 이래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진보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지난 1일 교회 방문을 위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