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가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소개하면서 흑인을 폭력적인 이미지로 묘사해 비판이 쇄도했다.

1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NHK는 국제 문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이거면 알 수 있다.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난 7일 방영한 약 1분20초 길이의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이 영상이 문제가 됐다.

NHK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의 한 장면. 트위터 캡처

문제의 영상에는 탱크톱 셔츠를 입은 근육질의 흑인 남성이 주먹을 불끈 쥐고 등장해 거친 말투로 ‘백인은 평균 자산이 흑인의 7배다’라고 말하며 시위의 배경에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격차가 있다고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흑인 남녀가 도로를 점거한 가운데 차량이 불타는 장면을 그려 폭동을 연상시켰다.

NHK는 본 방송 때 항의 시위를 촉발한 경찰관의 흑인 살해 및 폭력에 관한 역사를 해설했으나 프로그램 공식 트위터에 해당 동영상에서는 이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미국 출신으로 16년째 일본에 거주하는 흑인 작가 바예 맥닐은 “NHK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 이것을 배포했나”라면서 “항의가 벌어진 첫 번째 이유는 다수의 흑인이 실제로 경찰관들에게 살해된 것에 있다. 동영상에는 그것이 나오지 않고 ‘흑인은 화났고 무섭다’는 이미지만 심는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영 주일본 미국 임시 대리대사는 “이 동영상은 더 많은 고찰과 주의가 필요했다. 사용된 애니메이션은 모욕적이고 무신경하다”고 트위터에서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NHK는 동영상을 삭제하고서 “문제의 실태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배려 부족으로 불쾌함을 느끼신 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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