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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외고·자사고 이어 폐지수순 국제중 둘러싼 논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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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자사고·특목고로 이어지는 고리 끊을까…2025년 자사고·특목고 폐지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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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중 전경/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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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국제중 지정을 취소키로 했다. 서울 국제중 2곳은 내년에 일반중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등학교에 이어 국제중학교가 전환 대상이 된 것이다.

교육청은 국제중이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필요성이 낮다고 봤다. 오는 2025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특목고 폐지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중도 일반중으로 전환키로 한 것. 의무교육 단계에서 연간 1000만원을 상회하는 학비를 내는 학교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지적도 제기된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인력양성을 추구하는 '엘리트 교육'에 만족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측은 일반중 전환 절차가 시작되면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대원·영훈국제중 재지정 취소'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특성화된 학교 체계가 필요한지 수없이 자문해 봤지만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국제중이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계로 인식돼 사교육을 부추기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교육단계에선 부모의 지위와 부에 의해 아이들의 교육이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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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영훈-대원 국제중 폐지 및 검찰 성실 수사 촉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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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자사고·특목고로…"사교육·경쟁심화로 공교육 훼손"

교육청의 이번 국제중 재지정 취소는 예고된 결과다. 학교 운영상 법령 위반과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부족한 점 등을 취소 사유로 들었지만 국제중이 공교육에 초래한 부작용이 국제인력양성이라는 목적보다 더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교육시장에선 자녀를 국제중에 보내기 위해 영어유치원 입학이 필수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한달에 10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영어유치원에서 조기 영어 교육을 배운 아이들이 사립초등학교에 진학한 후 국제중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을 치르는 것.

영어유치원·사립초 출신이 상당수인 대원국제중의 경우 2020학년도 입학 경쟁률이 일반전형 21.8대 1, 사회통합전형 3.2대 1에 달했다. 2018학년도에 개교한 선인국제중을 제외한 대원·영훈·청심·부산국제중의 학비는 연평균 1100만원 안팎이다.

국제중 학생들은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 후 해외대학이나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대원국제중을 졸업한 156명 졸업생은 △외고·국제고 45명(28.8%) △과학고·영재학교 5명(3.2%) △자사고 56명(35.9%) 등 전체 3명 중 2명이 일반고가 아닌 자사고·특목고에 진학했다.

학부모들도 국제중 진학을 위해 조기교육이 가능한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고 어린 나이에 입시 경쟁 못잖은 경쟁이 내몰리게 되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유치원때부터 이미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영어를 가르치고 사립초, 국제중을 목표로 공부시키는 부모들이 많다"며 "국제중에 진학하려면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아주 어려서부터 조기교육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수준 높은 교육 받을 기회 사라져…공교육 강화가 하향 평준화냐"

하지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학교를 굳이 없애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많다. 교육 선택권이 줄어들고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야 할 경우 소위 '강남 8학군'으로 대변되는 지역의 명문 학교들로 학생들이 몰리는 문제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중 졸업 후 특목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주요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선생님들의 열의가 높아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등 국제중에 다니는 내내 만족도가 높았다"며 "경쟁력 있는 '엘리트 교육'을 없애고 하향 평준화로 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의 경제력에 자녀의 교육이 좌우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사회배려 전형을 보완하는 등 대안이 있다"며 "우수한 아이들이 특수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빼앗을 게 아니라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뒷받침 하는 게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제중의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경쟁력 있는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라며 "국제중이 없어지면 결국 명문학군 소재의 경쟁력 있는 중학교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교육단체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앞두고 국제중 지정 취소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을생각하는시민모임,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30여개 교육단체가 모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중 재지정 취소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처럼 순리에 따른 것"이라며 "공공성 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며 교육부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국 국제중을 모두 일반중으로 일괄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교육청은 앞으로 청문 절차를 거친 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으면 내년에 일반중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학교측은 학부모들의 반발을 등에 업고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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