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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볼턴 ‘회고록 폭로전’ “트럼프, 대선 이기게 해달라고 시진핑에게 간곡히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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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위해 농산물 수입 요청…‘차이나 스캔들’ 가능성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협상보다 홍보행사로 여겨”

홍콩 시위엔 무관심 일관…트럼프 “지루한 거짓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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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참전용사 지원과 자살 종식을 위한 로드맵(PREVENTS)’을 발표하기 위해 이스트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종차별 시위에 연방군 투입을 추진했다가 군 수뇌부 반발을 초래한 트럼프 대통령이 군인 및 재향군인을 달래기 위한 정책·공약을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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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하도록 도와줄 것을 간청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폭로했다. 농민 표심 확보에 필요하다며 미국산 농산물을 통 크게 사달라고 졸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덮기 위해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나 스캔들’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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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입수해 보도했다. 백악관이 전날 ‘국가안보’ 사항이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로 오는 23일로 예정된 회고록 출간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자 주요 내용이 다음날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592쪽에 달하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원칙하고 즉흥적인 통치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진핑은 위대한 지도자”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요약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인 재선 지원을 요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는 놀랍게도 이야기를 미국의 차기 대선으로 돌렸다.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며 “트럼프는 농민, 중국의 대두와 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무역협상을 재개한다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지난 300년 동안 중국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했으며, 몇 분 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승부처인 농업 지역(farm states)에서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살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어서 정치적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내가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트럼프의 중요 결정 가운데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민주당 탄핵 옹호론자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고, 외교정책 전반에 걸쳐 그의 행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면, 탄핵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사태 개입 싫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도 무관심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 150만명의 군중이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개입하고 싶지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권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중국 톈안먼 사건 30주년 추모일에는 백악관 차원의 성명 발표를 거부하면서 “그건 15년 전의 일”이라고 부정확한 사실을 말했다. 이어 “누가 그 일을 상관하느냐. 난 협상을 하려고 한다. 다른 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외교적 무지에 대한 일화도 소개됐다. 2018년 5월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영국 당국자가 영국을 ‘핵보유국’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끊고 “아, 영국이 핵보유국인가”라고 물었다.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분이 아니냐고 물은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결정을 거의 내릴 뻔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대체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대북 외교 ‘성공 확률 제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대북 외교 비화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세부사항은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단순히 ‘홍보행사’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용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뒤 그곳을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싱가포르 회담 약 한 달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때 자신이 서명한 엘턴 존의 ‘로켓맨’ 노래가 담긴 CD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데 집착했다. 하지만 CD를 전달하려 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해 평양 방문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고, 한동안 CD 전달이 우선 과제에 있었다고 한다.

충성파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험담한 일화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하는 동안 “그(트럼프 대통령)는 완전 거짓말쟁이(full of shit)”라고 적은 쪽지를 볼턴 전 보좌관에게 슬쩍 건넸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엔 트럼프 대북 외교를 두고 “성공 확률 제로(0)”라고 비난했다.

강경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백악관에 재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에서 “괴짜 볼턴의 ‘극도로 지루한’ 책은 거짓말과 가짜 이야기로 구성됐다. 내가 그를 해고하기 전까지는 그는 내게 좋은 말만 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전혀 찾지 못한 채 배척당하다가 기쁜 마음으로 버려졌다. 얼마나 어리석은가!”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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