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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한반도 긴장속 트럼프 vs 볼턴…‘대북외교 막장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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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파문 “김정은에 낚였다”

“판문점 남북미 회동은 사진찍기용”

트럼프 “멍청한 볼턴 탓 북미 교착

리비아모델 거론해 김정은 분통”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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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과거 외교 행보를 놓고 거친 폭로와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도자와 책사로 1년 반 동안 손발을 맞춘 만큼, 폭로와 반박 수위가 매우 높다. 여기에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로 난처해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볼턴 비방에 가세했고, 트럼프의 집안 싸움이라는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볼턴 전 보좌관을 국회로 불러 증언을 듣겠다고 벼르고 있다.

볼턴의 연이은 폭로…“트럼프 (대통령)직에 적합치 않아”

볼턴 전 보좌관은 본인의 회고록 발췌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무능과 실책을 비난한 데 이어, 방송 인터뷰 등에도 직접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에이비시>(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 때의 회동을 ‘사진찍기용’이라고 규정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동이 미국의 협상 위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1·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한 것은 북한의 요청 때문이었다며 “적대국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재선 승리에 집착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쉽게 트럼프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지식이나 국익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황에서, 본인의 재선을 위해 북한과의 회담 등을 이용했다는 회고록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라는 것은 뉴욕의 부동산 거래 정도에나 어울리는 이야기”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날 <시엔엔>(CNN) 방송에는 볼턴의 회고록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간 전체 외교가 “한국의 창조물”이며, “김정은이나 우리 쪽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평가한 부분이 보도되기도 했다. 방송은 또 2018년 6월 북-미 1차 정상회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상회담을 갖는 데 필사적이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고 표현한 부분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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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한 트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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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반격…“볼턴 멍청한 주장으로 북-미관계 형편없이 후퇴”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적극적 반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 트위터에 “볼턴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 나와 잘 지내고 있던 김정은은 분통을 터트렸다. 그럴만 했다”고 적었다. 또 “볼턴의 멍청한 주장이 북미 관계를 형편없이 후퇴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던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제시한 것이 외교적 실패를 불렀다고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볼턴 전 보좌관을 비난했다. 그는 “내가 볼턴에 대해 좋았던 유일한 점은 모두가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그와 함께 방에 들어가면 좋은 협상 위치에 있게 된다. 볼턴이 거기 있으면 다들 전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을 참모로 둔 이유가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협상 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또다른 전쟁에 몰아 넣으려는 볼턴 전 보좌관의 수차례 시도를 자신이 막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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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한 트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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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도 볼턴 비방 가세…“명백한 허위사실로 미국 이미지 훼손한 배신자”

볼턴의 폭로로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조롱한 사실이 드러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발췌록에서 볼턴은 수많은 거짓말과 절반의 진실 그리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며 “볼턴의 공직자로서의 마지막 역할이 국민들에 대한 신성한 신뢰를 저버려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한 배신자라는 것은 슬프고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라는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그를 의회로 불러 증언을 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며 “우리의 감시는 계속될 것이다. 소환이 될지, 다른 형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하원의 정보·사법·감독·외교 위원장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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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아마존 갈무리


미 언론들은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을 주요 기사로 다루는 한편, 그가 기회주의적 행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칼럼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깜짝 놀랄 폭로로 가득 차 있다며 “그는 더 일찍 털어놨어야 한다. 트럼프에 대한 이런 통찰을 하원에, 혹은 상원에 내놨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엔엔>(CNN) 방송 평론가 엘리 호닉도 ‘존 볼턴은 조국을 배신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볼턴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의회와 국가가 탄핵 과정에서 입을 열어 달라고 간청할 때 침묵을 지키며 숨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회고록 홍보 모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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