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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단독] 日"북한에게 속아선 안된다"...볼턴 "내 생각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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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단독입수]

조선일보

2018년 4월 급박한 남북미 외교 상황 속에 놓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오른쪽),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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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2018.6.12)을 앞두고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접근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미국에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 대 행동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동시에 맞바꾸는 방식이다.

본지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23일(현지 시각) 출간할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의 한반도 관련 주요 부분을 입수했다. 이 책에 따르면, 야치 전 국장은 한반도의 주요 순간마다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4일 당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었던 야치는 볼턴을 만나 4·27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며 “(회담 개최로 인해) 서울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감에 맞서야 한다”며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볼턴은 이 같은 야치의 주장에 동조하며 “(행동 대 행동을 내세운) 부시의 6자 회담은 실패했다”며 “행동 대 행동은 듣기에 그럴 듯해도 어쩔 수 없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만 하고, 북한 핵 폐기는 먼 미래로 늘어진다”고 적었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은 자주 야치와 상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을 “단순히 언론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제스처로 생각하고, 어떠한 국제적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볼턴은 “우리가 과도하게 양보할까봐 일본이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야치와 빨리 대화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볼턴 전 국장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보다 일본의 관점에 귀 기울였다는 대목도 있다. 야치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에게 “북한의 핵 보유 결심은 확정적이고, 우리는 평화로운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은 “그(야치)의 생각은 한국과 180도 달랐다”면서 “일본의 생각은 내 생각과 같았다”고 언급했다.

책에서는 일본이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핵무기 폐기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도 함께 없애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요구를 미국 측이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볼턴과 야치의 회동에 대한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 폐기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야치는 또 볼턴에게 “미·북 합의 이후 즉각적인 핵 해체 작업을 시작해야 하며, 해체에 2년 이상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이 야치에게 리비아의 사례를 들며 “(핵 해체 작업에) 6~9개월이면 될 것”이라고 말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얼마 뒤 트럼프에게 “북한이 합의 후 6~9개월 내에 핵 해체를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있다.

볼턴은 미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2018년 6월 14일에는 “야치와 대화하며 우리가 북한에 뭘 내줬는지, 얼마나 조금 돌려 받았는지를 두고 걱정했다”고 한다. 볼턴은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서는 “결과가 매우 애매했다”면서 “우리는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거나(reel things back), 사안에 대한 통제권을 급격하게 잃거나 두가지 길밖에 없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볼턴은 미·북 합의 이후 북한의 비핵화 작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은 아마도 무기와 미사일, 생산 시설을 보안이 철저한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수십년간 해왔던 것이다”라면서 “이 같은 생각은 야치와 내가 통화를 하면서 여러번 공유했던 일본의 관점”이라고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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