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볼턴, 대북 대화 노력 시종일관 폄하... 회고록 '편향' 논란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대통령 비핵화 구상 "조현병적 아이디어" 조롱 "북한과의 전쟁 확률 50대 50"... 선제 타격 주장 전형적인 대결론자 시각으로 대화 노력 시종 폄하 트럼프측 나바로 "기밀 유출로 감옥 갈 수도" 경고
한국일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P 연합뉴스


undefined
볼턴 전 보좌관의 대북 관점은 서두에서부터 적나라게 드러난다. 그는 2018년 4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일종의 면접에서 대북 선제타격을 적극 주장하며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군사력을 사용하느냐의 양자택일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게 북한과의 외교 옵션은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 확률을 묻자 그는 "중국에 달려 있지만 아마도 50대 50일 것"이라고 답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듬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3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도 대북 강경책을 주문했다. 그는 '시리아에 화학무기 장비를 파는 북한이 이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것 같다'는 보도를 화제로 꺼낸 뒤 이를 이란 핵협정 탈퇴와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대화 제의를 '시간 벌기'와 '속임수'로 여겼고,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린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 곳곳에서 기술했다. 시종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그가 회담을 무산시키려 하거나 대북외교가 시간 낭비라는 식의 불만을 토로할 때는 매번 "올바른 방향"이라고 치켜세웠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 정부의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 중재 노력에 대해선 모두 국내정치용이거나 미국의 국익과는 무관한 것으로 치부했다. 2018년 4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장을 전달할 당시 "정 실장은 나중에 본인이 그런 초대를 제안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주장하며 대화 노력 전반을 '한국의 창조물'로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한 일부 대목에선 외교적 결례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천박함이 묻어난다. 그는 문 대통령이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 회담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면서 이를 "사진촬영 기회에 자신을 넣으려는 노력"이라고 조롱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의 의미 있는 첫 시작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조현병적 아이디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도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대면했을 때는 여지없이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자신을 믿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믿는다면 우리는 거기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답했다면서 "매우 까다로운 그 질문에 진실을 말할 수도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다"고 적었다.

한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날 CNN방송에서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고도의 기밀정보를 책 전체에 흩뿌려 놓았다"면서 "징역형을 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을 "워싱턴 기득권 오물의 리벤지 포르노"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