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검찰·피고인석 각자 모니터로
3월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박사’ 조주빈씨 등 텔레그램 성착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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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증조사와 동영상 재생·시청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돼 방청객분들은 여기(법정)에 앉아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소송관계인을 제외한 분들은 모두 퇴정해주세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 심리로 열린 ‘박사방’ 공범 천아무개(29)씨의 별도 음란물제작·배포 등의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방청객들을 내보냈다. 녹음·녹화 매체 등에 대해 증거조사를 하려면 성착취물을 시청할 수밖에 없어 비공개 신문을 결정한 것이다. 앞서 천씨의 변호인이 “영상물에 등장하는 사람이 외관상 아동 및 청소년인지 명백하게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영상물을 보며 이를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방청객들이 모두 퇴정한 뒤 영상물이 재생된 곳은 법정 한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아니었다.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석에 각각 놓인 모니터였다. 통상 법정에서 영상물을 시청할 때는 법정의 모든 곳에서 잘 보이는 대형 스크린을 이용하지만 이날은 재판부와 소송관계자에게만 영상물을 공개한 것이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성착취물(영상)은 공소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여서 증거조사를 위해서는 이를 재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청객들을 모두 퇴정시키더라도 법정에는 경위와 교도관 등이 남아 있어 자칫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재판부는 영상물 소리가 법정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소리도 최대한 작게 줄였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대리하는 한 변호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필요한 영상물 재생과 시청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성착취물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볼 건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소송관계인들만 각자 자리에 놓인 모니터로 영상물을 보게 한 재판부 결정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 조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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