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이승배 기자 = 이스타항공이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지난 2~3월 체납된 임금 관련, 시정지시를 받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직원 임금의 40%만 지급한 데 이어 3월부터는 한번도 임금을 주지 않아 전체 직원 대상 누적된 체불임금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9일까지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9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2020.6.9/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따른 경영악화로 인수 자금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문제 뿐 아니라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독자 생존 여부를 감안하더라도 인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를 제외한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달 말로 자본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며 티웨이항공도 지난 3월 말에 부분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 정도만 앞으로 2~3개월을 더 버틸 수 있을 정도"라며 "나머지 LCC는 모두 유동성이 바닥인 상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3월말 기준 자본총계는 2237억원으로 3개월 만에 1014억원이 감소했다. 현재 자본금 규모는 1318억원으로 2분기에도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다. 제주항공은 이미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대외에 알렸다.
조종사들의 근무 상황도 제주항공의 자금 여력 악화를 잘 보여준다. 제주항공은 현재 전체 700여명의 조종사 중 17%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순환 없이 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로 사실상 국내선만 운항하는 상황에서 조종사 인건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국내선 운항에 필요한 조종사 인력은 항공사 규모와 상관없이 150명 정도면 충분하다"며 "제주항공은 다른 LCC에 비해 조종사수가 많다보니 휴업수당이 아니면 기본급을 챙겨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기본급 외에 비행시간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항공은 최근 근무를 지속하는 조종사들에 대한 급여를 일정 수준 삭감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의 기존 직원 체불 임금에 대해 "현 경영진이 전적으로 해결하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도 제주항공 인수의 변수다.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분담 제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규모는 현재까지 250억원으로 총 인수 계약대금인 545억원의 절반 정도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거래종결 시한은 6월 29일이다. 이때까지 계약이 확정되지 않으면 인수는 무산 수순을 밟게 된다. 항공업계는 만약 이스타항공 인수가 백지화되면 이스타항공은 금융지원보다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버틸 수 있는 항공사만 남긴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며 "LCC 업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인수가 성사되려면 채권단까지 나선 3자 합의가 절실해 보인다. 허의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채권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짜내야 한다"며 "고통분담 측면에서 이스타홀딩스 쪽에서 어느 정도 경영 책임을 지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노조도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2015년 10월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가 최대주주인데 이상직 의원의 아들과 딸이 이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주주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타홀딩스의 자본금은 단돈 3000만원인 반면 이스타항공 매각대금으로 이스타홀딩스가 받는 돈은 545억원에 달해 국회의원 자녀들이 어떻게 이렇게 큰 시세차익을 챙기느냐는 논란도 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