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위기 속 상생경영] 세계경제 마이너스지만…기업 상생엔진은 멈추지 않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월 글로벌 고객사들의 주문량은 전년 동기보다 40%, 5월에는 50% 줄었어요. 6월에는 그나마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 같지만 하반기 상황도 불확실하고, 회복세도 더딥니다."

29일 매일경제와 만난 한 전자업계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격타를 맞은 항공·유통은 물론 전자·자동차·정유화학·조선·해운·철강 등 주력 산업 전반이 전방위적 수요 감소 속 생존의 기로에 섰다.

코로나 19의 글로벌 경기 충격은 수치로 보면 더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2분기 세계상품거래량(교역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8.5% 감소할 것으로 지난 24일 전망했다. 1분기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마저도 현재 추정치일 뿐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게 WTO 우려다. WTO는 올해 무역량이 낙관적일 경우에는 전년 대비 13% 감소에 그치지만,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32%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TO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무역 감소는 역사상 가장 가파른 기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 수정본을 내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9%로 전망했다. 4월 전망치보다 1.9%포인트 내려 잡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IMF는 현재 세계 경제를 "다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위기, 불확실한 회복" 상태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글로벌 대유행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경제에 예상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회복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MF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이 역시 4월 전망치에서 0.9%포인트 낮춘 수치다. 한국 경제는 IMF 외환위기인 1998년 경제성장률 -5.1%를 기록했고, 2차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80년 -1.6%를 경험했다. IMF의 올해 성장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의 역성장을 겪게 된다.

이처럼 엄혹한 경기 상황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와의 상생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산업 생태계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염려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도 하반기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1~3차 협력사들의 애로사항 해소에도 주력하고 있다"면서 "협력사와의 상생 없이는 장기 생존과 번영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국내외 협력사의 생산 효율화, 즉 스마트 공장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폴란드 마스크 제조업체 '프탁(PTAK)'에 삼성전자 폴란드 생산법인의 설비·제조전문가들을 파견해 설비 셋업을 비롯해서 설비 운영, 현장 관리, 품질 관리 노하우를 전수했으며 국내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와 진단키트 제조업체 등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 스마트공장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매년 각각 10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000억원을 조성해 25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협력사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협력사 대금 지급을 월 4회로 늘렸고 상생결제시스템 도입, 상생펀드와 물대지원펀드 조성 등 조치를 단행했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부품 협력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2년부터 중소 협력사가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채용박람회를 열고 있다. 또 최근에는 협력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2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 펀드와 보증 프로그램에 12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도 돕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협력사 선행 신기술을 전시하고 우수 협력사를 포상하는 'R&D 협력사 테크 데이'다. 협력사에 글로벌 신기술을 소개하고 R&D 경쟁력을 강화하는 'R&D 모터쇼'도 매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사업도 이끌어주고 있다. 제품 기획에서 설계, 제조, 공정, 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서 협력사의 생산 효율 향상을 돕는 것이다.

SK그룹의 계열사들도 중소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상생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C는 신소재 기술 공모전인 'SKC 스타트업 플러스(Startup Plus)'를 통해 유망기업을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등과 손잡고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 내 4000여 개 산기대 가족 회사를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SK건설처럼 중소 협력사 판로 확대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인 '동반 성장몰'을 운영하는 계열사도 있다.

LG그룹도 코로나19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 대한 금융 지원을 펼치면서, 제조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사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나섰다. 진단을 통해 위험하다고 분류된 협력사의 문제를 LG 계열사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주고 협력사의 생산라인 자동화도 돕고 있다. LG 계열사들은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사 대상 무이자 대출 규모를 당초 40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확대했다. 저금리 대출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LG는 해외로 나간 협력사가 코로나19 때문에 국내로 돌아올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과 무이자 자금 지원도 해주고 있다. 협력사의 방역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스크와 손세정제 같은 보건 물품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 이호승 기자 / 김기정 기자 / 서동철 기자 / 임영신 기자 / 원호섭 기자 /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 이종혁 기자 / 박대의 기자 / 박윤구 기자 / 임형준 기자 / 강인선 기자 / 최근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