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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공기 주입형 `실`로 만든 침대?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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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프링을 스트링(실 소재)으로 바꾼 앤씰의 스트링 매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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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인사이드-216] 실로 만든 침대?

그런데 거기에 공기를 주입한다고? 그렇게 해서 지지가 되나? 공기가 중간에 빠지면? 실은 또 얼마나 강한 거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런데 홍보 영상을 보면 그 매트리스 위로 용달차가 지나가도 끄떡없습니다. '홍보 영상이니 그렇겠지' 싶은데 직접 체험관에 가서 누워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정말 튼튼했습니다. 게다가 바람을 넣고 빼고에 따라 말랑말랑하게 혹은 딱딱하게 조절도 가능했습니다.

오늘은 신개념 매트리스 '앤씰'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 회사를 알게 된 건 매경이코노미 커버스토리 '현금王 비상장 보석 기업' 취재를 하면서입니다. 앤씰의 모회사 피나클테크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산업용 접착 공정에 들어가는 자동화 기기를 만들어 납품하는 전문 회사인데요. 창업자는 송범근 대표로 2015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창업 4년 만에 매출액 350억원, 영업이익률 30% 이상 올린 알짜 기업으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가 두 번째로 도전한 사업이 앤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앤씰 회사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 보였습니다. 롯데홈쇼핑을 통한 세 번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주문량이 폭증했고요.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회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연내 해외 진출도 가능할 듯하다네요.

저는 송 대표를 보면서 '헤비 창업'을 떠올렸습니다. 베스트셀러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을 펴낸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어느 정도 경력과 지식과 네트워크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진중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른바 '무거운 창업', 상층부 창업을 해야 나라가 산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송 대표 사례가 딱 그랬습니다. 16년간 직장인 생활을 했던 그는 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던 중 교수로부터 '기업가가 더 맞는다'는 말에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는군요. 더불어 그가 전문성을 키워왔던 재료공학, 반도체 업종에서 일하면서 얻은 경험 등은 '제2 창업'에 가까운 앤씰에 큰 힘이 됐답니다. 흔히 공기주입식 매트리스는 오랜 기간 사용하면 공기가 새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꾸준히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데 송 대표는 이런 방식보다 아예 공기 자체가 빠져나가지 않는 기술에 더 주목했답니다. 이는 그의 전문 영역이었습니다. 코팅 기술, 수성접착제 접착 기술 등은 이미 모회사인 피나클테크의 주력 기술이니까요. 이걸 매트리스에 적용했으니 내구성이 크게 개선된 거죠.

2t 이상의 화물차가 지나가도 끄떡없는 내구성은 이렇게 만들어진 거랍니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얘기는 많았습니다. 직장인 출신 4년차 창업자의 신사업 진출 얘기.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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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근 앤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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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앤씰은 어떤 계기로 알게 됐고 왜 인수하게 됐나요?

피나클테크가 유통사업부를 신설하면서 롯데홈쇼핑 등 여러 홈쇼핑사의 매입 벤더로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스트링 매트리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소재가 일종의 실인데 가볍고 또 공기주입식이란 점에서 매우 특별하면서도 차별화된 기술이라 매력적이었습니다. 해당 제품을 공부하면서 좀 더 진화한 스트링 매트리스를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년간 웅진을 통해서 3000개 이상을 판매한 제품으로 제품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다만 OEM 방식으로 공급하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매우 작아 성장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기존 침대 시장의 인프라가 많이 노후화돼 있고 고착화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요.

Q. 그러면 어떤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나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배경지식을 보유한 다양한 인재들의 역량을 투입해 연구개발과 함께 브랜딩부터 다시 시작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뛰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재료전공자인 저를 비롯한 피나클테크 임직원들의 노하우를 접목하니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기존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열린 사고가 많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Q. 앤씰의 차별화 포인트란?

가장 특별한 경험은 돌처럼 단단한 내구성을 보유하면서도 일반 여성들이 손쉽게 한 손으로 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150년 역사를 가진 침대 매트리스는 스프링 기반과 메모리폼 기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3년에서 5년 정도 지나면 꺼짐 현상이 항상 문제지요. 이른바 내구성의 결함이 발생합니다. 매트리스의 지지대인 스프링을 스트링으로 바꾼 게 앤씰입니다. 스트링요? 앤씰 매트리스는 190도에 15분간 방치해도 타거나 녹지 않고 수축률이 2% 내외인 금속을 대체하는 고강도 저수축사를 사용했습니다. 평생 사용해도 내구성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보증기간을 100년, 게다가 무료체험 기간도 365일로 설정할 정도로 자신 있게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거죠.

더불어 앤씰은 무게(Q사이즈 기준, 17~27㎏)를 50% 이상 가볍게 설계해 이미 독자적인 방식으로 박스 포장해 택배 배송이 가능하도록 유통 혁신을 이루어냈습니다. 이사할 때도 유체를 빼서 쉽게 다시 박스 포장할 수 있어 번거로움도 해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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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씰은 후발주자지만 염정아를 메인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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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트리스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쿠션감인데요. 최근에는 사용자 체형에 맞는 쿠션감을 찾아 추천하는 수면연구소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저희도 시중 제품을 많이 연구해봤습니다. 비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내 몸에 맞는 쿠션감을 찾아 매트리스를 사게 되지요. 그런데 변수는 많습니다. 갑자기 허리가 안 좋아져 단단한 쿠션감이 필요할 때 혹은 너무 무리해서 운동한 날이면 부드러운 쿠션감이 수면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때마다 매트리스를 바꿀 수 없잖아요. 저희 제품은 그게 가능합니다. 컨트롤러를 이용해 유체의 압력을 원하는 대로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어 그날그날의 내 몸 상태에 맞는 쿠션감을 제공할 수 있어요. 또 기존의 매트리스는 체압 분산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잠자는 동안 압점이 생겨 수면 중 뒤척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안은 '에어 매트리스'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체압 분산에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알려진 에어 매트리스의 경우 내구성이 떨어지고 평평하게 만드는 기술을 구현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앤씰의 스트링 매트리스는 유체와 실을 기반으로 체압 분산을 구현하며 높은 평탄도와 10t 이상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쿠션 강도를 컨트롤러로 구현하면 옆사람이 움직여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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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씰 매트리스의 내구성 테스트를 위해 3톤 가량의 트럭을 지나가게 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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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돈 등 여러 화학약품 때문에 매트리스 업계가 홍역을 치렀는데요.

그런 점에서도 차별화를 했습니다. 스트링 매트리스는 실과 유체로 이뤄진 폐쇄적인 구조로 먼지나 진드기 등의 이물질이 침투할 수 없어 위생적입니다. 또 앤씰의 스트링 매트리스는 4단 분리해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있어 국가적인 폐기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어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북유럽 국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올해 계획은?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매트리스를 플랫폼으로 하는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KONEX에 상장된 라이프사이언스테크놀로지와 협업 중입니다. 라이프사이언스테크놀로지는 전자발찌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로서 이미 센싱, 그 신호를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인데요. 이 맥박센서 기술 등을 매트리스에 적용해 수면의 질을 측정하며 생체신호에 특이점이 발생되면 112나 119로 자동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이려 합니다. 더불어 매트리스 자체에 경량 프레임을 넣어 매트리스 자체가 움직이는 무빙 매트리스, 고시원이나 캠핑 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솔로 매트리스' 등도 개발 중입니다.

Q.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앤씰의 목표는 스프링과 메모리폼으로 구분되는 전 세계 매트리스 시장에서 제3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앤씰은 2020년 기준 1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세계 매트리스 시장에 또 하나의 경쟁력 있는 선택지로서 자리 잡아 의미 있는 실적으로 인정받고자 합니다. 최근 미군기지에서 운영하는 폐쇄몰에서는 이 장점으로 인해 큰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스트링 매트리스를 기반으로 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에 진출해 수면의 질뿐만 아니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에 자동으로 연락이 가며 생체신호가 없으면 경찰서로 바로 연락이 되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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