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美 집중치료시설 부족사태 초읽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집중치료실(ICU)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의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CNN은 2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집중치료실(ICU) 잔여 병상이 200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ICU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자가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 체외막산소공급기인 에크모(ECMO) 등에 의존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지난 3~4월 최악의 감염 사태가 일어난 뉴욕주에서 이미 ICU 병상 부족사태가 발생한 것은 물론 ICU에 설치할 인공호흡기 재고마저 부족해 포드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의료기기 업체들과 손잡고 인공호흡기 생산에 나설 정도였다.

비단 LA카운티 뿐 아니라 텍사스주의 휴스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중증환자 치료에 필요한 ICU 병상 부족을 염려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시스템 붕괴가 염려되는 고위험 지역은 코로나19 감염 통계 중 전체 누적 감염자 대비 미완치 감염자(active cases) 비율이 현저히 높은 곳들이다.

이날 현재 14만6341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온 플로리다주의 경우 전체 확진자의 82%인 12만 8명이 미완치 감염자다.

이는 기존 감염 환자가 치료를 받고 정상 퇴원하는 속도보다 신규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전체 확진자 대비 미완치 감염자 비율은 현재 53%대로 메릴랜드주(88%), 버지니아주(84%), 애리조나·조지아주(86%), 뉴욕·캘리포니아주(71%), 뉴저지주(66%) 등이 미국 전체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도시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등 첨단 IT 및 전통 제조기업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경우 이 도시가 속해 있는 킹카운티에서 전체 확진자 대비 미완치 감염자 비율이 94%에 이른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최근 "환자 증가로 인해 (경제활동 정상화를 위한) 재가동 계획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며 "우리는 지금 정상 상태로 복귀를 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미완치 감염자 비율이 최소 50% 이하로 관리돼야 주정부에서도 경제봉쇄에 따른 재확산 및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상황이다.

CNN이 ICU 병상 부족사태를 경고한 LA 카운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곳은 누적확진자(10만772명) 대비 미완치 감염자(9만7446명) 비율이 97%로 시애틀이 자리한 킹 카운티보다도 높다.

미 경제의 혁신을 이끄는 실리콘밸리를 품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완치 환자 비율은 무려 99%다.

최근 감염세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주정부들이 다시 경제 봉쇄 조처에 돌입하는 것도 의료시스템 붕괴 차단 목적과 연계돼 있다.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독립기념일(7월 4일) 연휴를 앞두고 주요 해변을 폐쇄하키로 결정했다.

애리조나주는 29일(현지시간)부터 술집과 체육관, 영화관, 워터파크 등을 최소 30일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뉴저지주도 7월 2일 재개 예정이던 식당 내 식사 허용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미완치 감염자 비율이 20% 이내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주는 매사추세츠주(7%), 일리노이·미시건주(18%)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3월 최악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경험한 이탈리아의 경우 ICU 및 인공호흡기 부족으로 인해 치료 의사들이 생존확률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치료 자원을 우선 제공하는 윤리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